[인터뷰] 김태균 /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인터뷰] 김태균 /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0.09.21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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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 쳐내고, 핵심·실용에 방점 둔 연구에 집중할 것"
"사람-사물-공간 경계 허물어지고, 초지능형 전력망 도입 전망"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도전과 전진, 전력연구원이 앞장서겠다"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2020년은 기존의 한국전력 기술연구원에서, 전력연구원으로 변모한지 25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한전 전력연구원은 지난 8월31일, 김태균 원장을 제31대 원장으로 새롭게 맞았다.
그동안 전력연구원은 세계 최고의 전기 품질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그린 뉴딜,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등 에너지 분야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기존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것 만은 확실해 보인다.
김 신임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라는 이슈가 던져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연구에서는 가치 창조의 핵심에 집중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개발 및 연구결과의 활용 확대를 통해 변화의 거센 격랑을 잘 헤쳐나가고, 전력연구원의 위치와 역할을 확고부동하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태균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린다. 그동안 한전에서 주로 어떤 직무와 역할을 해 오셨는지.

▲ 199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이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 그룹장, R&D정책팀장, 차세대송변전연구소장, 연구전략실장을 거치면서 연구부터 정책개발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아왔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1997년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전력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형발전기의 발전 정지 발생방지를 위한 '발전기 제어계통 안정화장치 연구'를 시작으로 여러 연구를 수행해 왔다.

또한 2011년 국제대전력망회의(CIGRE) 한국대표, 대한전기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국내 전력산업계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으며,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산업부장관상, 2014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전력연구원 연구전략실장을 수행하면서는 연구개발 절차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연구기반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하고자 노력했다.

앞으로 전력연구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미래 에너지산업에 대비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하고, 한전 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 앞으로의 포부, 그리고 전력연구원을 이끌어갈 방향을 설명해달라.

▲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회사가 되겠다는 한전의 높은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소를 창조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술연구원이 전력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혁신적 변화를 추구해온 지 25년이 됐다.

현재 전세계는 디지털 변환과 에너지 전환의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기술개발에 더욱 힘써야 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경제, 사회, 문화,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와 사회 다방면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기술이 주도해 왔던 디지털 변환과 달리, 오히려 사회 저변에서 더욱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변화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재택근무, 이동 제한, 국제간 인력교류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기업의 리스크 확대, 원격근무 등 노동 변화, 고용 및 인사 정책 등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라는 이슈를 던져주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연구에서는 가치 창조의 핵심에 집중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현장에 적용돼 가치를 발생시키는 실용적인 과제에 집중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력연구원은 연구개발 성과가 현장에 적용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용에 중심을 둔 연구에 집중해 나갈 방침이다. 불필요하거나 가치가 낮은 것을 쳐내고 핵심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사회와 사람들이 행복과 편의를 얻을 수 있는 연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도록 하겠다.

- 급변하고 있는 미래사회에 전력망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하다.

▲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기술융합혁명인 ‘4차 산업혁명’이 선언된 이후 디지털기술을 통한 사람-사물-공간의 초연결과 초지능화가 이루어짐으로써, 기존의 여러 기술 및 산업 사이에 명확했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초연결 및 초지능화를 가능케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과 빅데이터다. 사람에 비유한다면 인공지능은 두뇌, 사물인터넷은 오감, 로봇과 드론은 팔다리, 빅데이터는 두뇌가 인식하는 정보에 해당한다.

이같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안정적인 성향만을 추구하던 전력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존에 설비가 갖고 있던 가치에 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설비를 대상으로 명령을 내려 동작시키고 직접 상태를 점검했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통한 자가 진단 수행결과와 누적된 진단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장 예방 및 잔여 수명 피드백도 가능해졌다.

전력연구원은 디지털 변전소 상호운용성 검증 기술, 드론을 활용한 송전탑 점검 기술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력설비 감시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미래 전력망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미래 송변전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로 디지털 변전소를 들 수 있다. 변전소의 디지털화를 통해 인력에 의존해야 했던 기존의 변전소 관리와 개별설비 진단, 건전도 평가 등을 온라인으로 수행, 변전소 관리 업무를 통신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드론과 로봇은 사고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가공 송전선로는 건설된 지 30년 이상 돼 노후화된 선로가 늘어나고 있고, 이를 점검하는 인력도 고령화되고 있어 선제적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전력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송전선로 감시 드론 기술은 자동항법 장치를 갖추고 연료전지를 활용해 장시간 운항이 가능하며, 고성능 감시카메라와 레이저 거리측정기 및 열화상 카메라 등 다양한 감시장치를 장착하고 산간지역, 해월구간 등의 송전선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진일보한 정보통신 기술들과 전력산업의 융합은 최종적으로 빅데이터 데이터베이스를 구출할 것이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사물-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전력산업에 초지능형 전력망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린 뉴딜에 대비해 전력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역무가 궁금하다.

▲ 전력연구원은 예전부터 '재생에너지 3020로드맵' 이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에너지원에 관한 연구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품질 저하도 고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까지 연결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풍력 분야에서 전력연구원은 육상에 설치가 어려운 풍력발전기를 해상에 설치하는 기술에 집중,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석션버켓 해상풍력시스템'은 해상풍력발전기 기초구조물에 펌프를 이용, 구조물 내외부 수압 차이만을 이용해 하부기초를 설치하는 기술이다. 설치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을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지지구조에 적용하면 기존 기술 대비 1500억원의 건설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2020년에는 육상에서 해상풍력을 일괄조립 후 배에 실어가서 한 번에 설치할 수 있는 '해상풍력 일괄설치선박' 설계 인증을 받았습니다. 전력연구원의 해상풍력 설치기술은 매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정부 그린 뉴딜 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력연구원은 그린 뉴딜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전력망 안정도 유지를 위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적 출력 특성을 갖고 있어 용량이 늘어날수록 전력계통에 끼치는 영향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전력연구원은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전력계통 운영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대용량 모듈, 저렴한 망간을 사용한 에너지 저장장치를 위한 망간전지 기반의 이차전지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앞으로도 전력연구원은 신재생발전 뿐만 아니라 신재생 증가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망 기술개발을 통해 그린 뉴딜 정책의 성공에 이바지해 나갈 방침이다.

- 관련 업계 및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와 편안함을 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의 발전과 같이해온 에너지 소비의 증가는 기후변화라는 전혀 새로운 위험을 발생시켰다. 또한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우리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위협과 변하는 환경을 극복함은 물론 더욱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도전과 전진을 산·학·연이 함께 해야 할 시기다. 전력연구원이 항상 앞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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