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독일
[초점] 선진국은 어떻게 석탄과 작별했나 - 독일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1.09.17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화 통한 합의·철저한 보상으로 과감한 ‘탈석탄’


연방정부·주정부·산업계·노동조합·시민사회 등 경제주체 간 대화로 요구안 도출
경매제도 도입·갈탄보조금·발전소 노동자 지원 등 탈석탄 따른 변화 철저 보상
무연탄·갈탄발전 설비 ‘2022년 15GW·2030년 9GW·2038년 0’ 완전 중단 목표
‘석탄발전 감축,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이며 단기적 감축 수단’ 확실히 보여줘
탈석탄 목표 이행 위해 ‘탈석탄 경매’라는 새로운 탈석탄 매커니즘 고안
‘석탄을 넘어서' 해외 선진국 탈석탄 이슈 브리핑 발간

리보다 먼저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이고 ‘탈석탄’ 선언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석탄중독 국가’로 지목받아 온 우리나라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가동 중인 전국 60기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전체 배출량의 30%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는 탈석탄에 대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알아 볼 수 있는 이슈 브리핑을 발간했다 그 내용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탈석탄 배경

독일은 EU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로 국제무대에서 온실가스 감축 논의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지난 2015년을 전후해 독일의 2020년 감축목표(1990년 대비 40% 감축) 달성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15년 11월 독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관한 제4차 모니터링 보고서에 제시된 전문가 의견 역시 2020년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기간 1억7000만톤을 감축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조치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면서 EU 차원에서는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95%를 감축하겠다는 새로운 장기 목표를 수립했고 독일 역시 야심찬 기후 목표를 제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독일은 2050 기후행동 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9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독일은 꾸준한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30%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한계가 지적됐다. 당시만 해도 42%에 이르는 석탄발전의 비중 축소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연방환경부는 물론 전문가, 정치권, 시민사회 등에서 잇따라 탈석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두됐다. 연방환경부장관은 “독일은 큰 사회구조 변화 없이도 2040년까지 갈탄발전에서 탈출할 수 있다”며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부문의 탈석탄화가 시급함을 수차례 강조했다.

독일 경제연구소 Claudia Kemfert는 의회 청문회에서 “늦어도 2040년까지는 석탄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비영리 단체 Germanwatch의 Christoph Bals은 “독일에서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탈석탄이 2030년까지 가능하다”는 견해를 표명했으며 WWF의 Regine Günther는 “독일이 늦어도 2035년까지는 갈탄 발전소를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석탄 계획 도출

2018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매월 1회 총 9회의 탈석탄위원회 회의를 진행했으며 연방정부·주정부, 산업계, 노동조합, 과학계 및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동시에 갈탄광산 지역에도 세 차례 방문해 지역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방정부·주정부, 지방정부 및 각 경제 주체 간 협력을 통해 영향 지역 내 미래 일자리 창출, 구조적 변화에 따른 사회적 결속 유지, 영향 지역의 경제 투자 환경 조성, 석탄화력 발전의 단계적 감소·종료 계획, 2020 독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1990년 대비 40% 감축)와의 격차 최소화 및 에너지 부문에서의 2030 감축목표(1990년 대비 61∼62% 배출 감축) 목표 달성 등에 관한 제언사항을 도출했다.

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신속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물론 전기·열의 안정적 공급에 초점을 두고 권고사항을 도출했고 특히 탈석탄과 그에 따른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여러 사항을 권고했다.

무연탄 발전소들의 자발적 폐지를 유도하는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연방네트워크공사는 경매를 통해 최저보상금을 제시하거나 최대 폐지 용량을 제안하는 발전사를 선정해 보상했다. 갈탄발전소와의 상호 합의를 기반으로 폐지에 따른 보상수준을 결정하도록 했다. 만약 상호 합의가 2020년 6월 30일까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법적 한도 내에서 보상을 이행하도록 했다.

발전소 노동자들을 지원했다. 숙련직으로의 업무 재배치 및 임금 격차에 대한 보상, 조기 퇴직 또는 재정적 손실에 대한 보상을 실시했다. 관련 산업 근로자들의 합의에 따라 모든 직원이 적절한 보수와 근무 조건을 갖춘 미래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제공했다.

영향 지역에 대한 투자 촉진을 통해 지역에서 영구적이고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 궁극적으로 독일 내 모든 지역의 균등한 생활 조건을 형성하고자 했다. 광산 지역의 경우 신규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지역의 복원, 미래 가치 사슬 구축, 고용 전환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영향 지역의 현황과 특성을 고려해 기술 혁신,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이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법제화 추진 결과 만들어진 구조변화법은 석탄발전 중단에 따른 영향지역의 구조적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2038년까지 약 4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하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갈탄 광산 지역에 2038년까지 최대 140억 유로를 연방정부가 지원하는데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결정 권한은 주정부에 있다. 단, 연방정부는 이에 대한 감사권한을 가진다. 연방정부는 영향 지역에 기타 지원 조치를 위해 최대 260억 유로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탈석탄법은 2038년까지 석탄발전의 단계적(3단계) 폐지, 자발·의무 감축, 신규 석탄발전소 금지, 근로자 보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연탄 및 갈탄발전 설비 규모를 각각 15GW(2022년), 8GW·9GW(2030년), 2038년에는 0으로 완전 중단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가능한 경우 2035년까지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2026년, 2029년, 2032년 폐지 일정 검토를 의무화했다.

무연탄발전의 감축은 발전사의 자발적 감축을 통해 먼저 달성하고 2027년 이후부터는 법적으로 감축을 의무화했다. 자발적 감축을 위해 경매체제를 활용했다. 조기 폐지를 유도하기 위해 매년 보상액 상한은 감소하며, 2027년 이후에는 발전사에 보상이 지급되지 않는다. 단, 갈탄의 경우 석탄(무연탄)과 달리 각 발전소의 종료일과 발전사에 대한 보상 수준을 법에 명시했다.

탈석탄법이 발효된 이후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및 가동 허가가 금지됐다. 58세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 근로자가 발전소 폐지로 인해 실직하게 될 경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 5년 간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된다.

▲탈석탄 추진

탈석탄 경매의 경우 2020년 12월 무연탄발전소 폐지를 위한 첫 경매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계획을 초과해 4.78GW의 발전소를 폐지했다. 높은 경쟁으로 인해 MW당 평균 보상금이 6만6000 유로로 한계 가격인 16만5000유로/MW에 훨씬 못 미쳤다.

2021년 4월 두 번째 경매는 1.5GW 폐지를 목표로 진행됐다, 1.514GW가 낙찰. 입찰 금액은 최대 5만9000유로/MW(한계가격은 15먼5000유로/MW)였다. 2021년 6월 세 번째 경매는 2.481GW 폐지를 목표로 진행됐다, 2.133GW가 낙찰. 평균 낙찰가는 10만2799유로/MW를 기록했다. 경매는 2027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며 2027년 이후에는 법률에 의해 강제 폐지를 단행할 계획이다.

갈탄발전 설비의 규모는 2019년 기준 전체 21.1GW로 2022년 15GW, 2030년 8.8GW로 감추개 2038년 전면 폐지한다. 연방정부 및 에너지 회사 간 합의에 따라 연방정부는 갈탄발전사에 2020년부터 15년간 총 43억 유로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서부 라인란트 지역 RWE사의 경우 26억 유로를, 동부 라우지츠의 LEAG사는 17억 유로를 지원받게 된다.

근로자 지원 및 지역 발전을 위해 연방정부는 탈석탄 계획에 따라 실업 위기에 처한 석탄·갈탄 광산 및 화력발전소 근로자(최대 4만명 추산)에 고용조정지원금을 고용관계 종료일 다음 날부터 최장 5년 동안 지급한다. 고용조정지원금은 재교육 및 신규 일자리로의 재배치 지원, 58세 이상 근로자의 조기 퇴직 보상 등에 사용되며 조기 은퇴에 따라 연금이 축소되는 경우에도 보상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대다수의 광산 지역이 에너지 관련 시설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에 이를 개선·활용해 미래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했다. 라우지츠 광산 지역의 경우 탈탄소와 기업 및 산업용 친환경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산업 중심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방경제에너지부와 주정부의 공동 보조금 730만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라우지츠에서 자체적으로 지역 구조 전환 원칙을 개발 중이다.

라인란트 광산 지역은 라인란트 광산 지역 미래청에서 지역의 구조적 전환을 담당해 직업 훈련 시설을 통한 인력 훈련, 저탄소 기술을 활용한 중소기업 중심의 에너지 집약 산업 시스템 구축, 지역 대학과의 협업을 통한 혁신 단지 및 스타트업 센터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다.

중부 독일 광산 지역은 화학·에너지·자동차·생명과학 부문에서 혁신 허브로서의 역할을 모색 중이다. 또한 자연과학·환경과학·기술·법·경제 등 다학제 간 연구를 통해 지역 구조 변화에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고자 한다.

지난 4월 연방헌법재판소는 기존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에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규율이 불충분해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포괄적으로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더욱 강력한 탄소중립계획을 포함한 연방기후보호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배출량 감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독일이 탈석탄 목표연도를 2038년보다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기존 2050년으로 설정된 탄소중립 목표연도를 2045년으로 앞당겼다. 2023∼2030년 연도별 배출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65%로 강화하고 2040년은 1990년 대비 88% 감축으로 상향조정했다. 에너지 부문에서의 배출은 기존 1억7500만톤에서 1억800만톤으로 상당량의 추가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시사점

온실가스 감축 추이를 고려한 과감한 탈석탄 정책 결정이 주목된다. 독일의 탈석탄 계획은 2020 감축 목표의 불이행에 대한 우려와 2050 감축목표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감축 계획에 의해 촉발됐다. 독일의 사례는 온실가스 감축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 예상되는 경우 더 적극적으로 추가적인 감축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에너지부문, 특히 석탄발전의 감축이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단기적인 감축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효율적인 탈석탄 메커니즘의 고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독일은 탈석탄 목표의 이행을 위해 ‘탈석탄 경매’라는 새로운 탈석탄 매커니즘을 고안했고 2020년 12월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총 세 차례 경매에서 폐지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당초 설정한 한계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비용으로 폐지를 유도했다. 이는 석탄발전의 장기적인 사업 전망이 반영된 결과고 이러한 점을 감안해 한국 역시 효율적인 탈석탄 메커니즘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2038년 탈석탄 목표와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도출되기까지 독일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계자, 산업계, 시민사회,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논의가 선행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