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해상 탄소중립, 우리는 어떤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분석] “해상 탄소중립, 우리는 어떤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2.01.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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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조선사, 수소의 기술적 문제·LNG의 화석연료 한계 등으로 뚜렷한 대안 못찾아
국내 해사업계, 탄소중립 대안의 불확실성으로 대응 전략 수립에 어려움
중국, 국가 통제 아래 막대한 지원… 경쟁국, 국가 주도 효율적 개발 체제로 대응
‘한국형 해사협력기구’ 필요… 해사업계 총체적 협력·정부 지원 절실
한국수출입은행 ‘해상 탄소중립에 대한 국내 해사산업 대응 방안’ 보고서

IMO(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해상 탄소중립 실현 목표에 따라 규제조치를 시행하고 추가적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해상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한국 해사산업계에 있어 기회인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해상 탄소중립에 대한 국내 해사산업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해상 환경규제

IMO는 지난 2018년 2050년까지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2008년 대비 50% 저감하는 탄소중립 실현 초기 전략과 계획을 채택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2023년 EEXI(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와 CII(탄소집약도지표) 등의 강경 조치로 저효율 노후선과 같은 온실가스 다량 배출 선박을 압박하고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추가적인 시장기반 조치도 논의 중이며 선박의 배출량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최근 입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하고 독자적인 해운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EU는 2023년 역내 항만 기항 선박에 대해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를 의무화한다. 또한 2050년까지 온실가스집약도를 2020년 대비 75%까지 저감하는 ‘EU Fuel Maritime’ 조치를 연료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를 포함하는 well-to-wake 기준으로 시행한다. 이들 조치는 선박 시장에 다중의 압력으로 작용해 노후선 교체, 무탄소 연료 개발 등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박시장의 대응

선사와 조선사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을 찾고 있으나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수소가 무탄소 연료로서 자리 잡고 LNG가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수소에 대한 많은 기술적 문제와 LNG의 화석연료로서의 한계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은 실정이다. 다른 모든 대안들 역시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어 뚜렷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탄올은 기술적 과제는 거의 없으나 그린 메탄올의 공급 가능성이 가장 큰 난제다.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한 Maersk는 자체 투자를 통한 자체 연료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무탄소 연료로서 상용화가 임박한 것으로 기대되나 아산화질소 배출, 연료의 독성, 그린 암모니아 경제성 개선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2024년을 전후해 엔진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되나 암모니아 연료 단독 사용이 아닌 화석연료를 보조연료로 사용하는 혼소 엔진으로 예상돼 이에 따라 일정 수준 탄소 배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연료탱크 대비 약 4배의 크기가 필요하고 독성으로 인한 벙커링 문제, 이산화탄소 대비 265배의 온실가스 효과를 가진 아산화질소 배출,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그린 암모니아 생산설비 투자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탄소포집과 저장은 향후 온실가스 저감책으로서 일정 비중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나 경제성과 충분한 저장장소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이미 육상에서 저감 대책으로 사용 중인 탄소포집과 저장(CCS)은 선박에서도 신조선 및 현존선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산화탄소 운반선이라는 새로운 신조선 수요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 다만, 포집비용 등에 대한 경제성과 육상 및 해상 포집 탄소에 대한 충분한 저장장소 확보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수소는 장기적으로 무탄소 선박 연료로서의 궁극적 대안으로 기대되나 선박 적용 가능성에 대해 가장 불확실성이 높은 연료이며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수소는 영하 253℃의 초저온에서 저장 및 운송이 가능하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연료탱크의 크기가 기존 석유계 대비 7배 수준으로 커져야 하는 등 연료로서의 활용이 쉽지 않다. 수소 연료는 내연기관보다 연료전지의 효율이 높으나 연료전지는 가격, 무게 및 부피, 짧은 수명에 따른 잦은 교체 등 난제들이 남아있으며 대형화에 따른 실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선박에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의견부터 LNG나 암모니아로부터 분리한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약 15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견해 등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세대 무탄소 연료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원자력 추진이 하나의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300MW급 소형 원자로 중 용융염 원자로를 선박에 적용하는 대안이 해외 및 국내에서 검토되고 있으며 기술 장벽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강한 거부감으로 상선에 대한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와 폐기물 처리에 대한 국제적 합의 등 어려운 문제들로 인해 불확실성이 크다.

 

▲국내 해사업계 대응 방안

현재까지 개발 중인 해상 탄소중립의 모든 대안들이 높은 불확실성을 가진 상황에서 관련 업계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업계는 오랜 불황으로 인한 재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후 선박의 교체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나 탄소중립 대안들의 불확실성으로 전략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업계는 재무적 여력 부족에도 다양한 모든 대안에 각 조선소들이 중복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상호 소통 없이 상대방 업계가 대안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자재업계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경쟁국들의 경우 국가가 주도하는 효율적 개발 체제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일대일로’ 전략 아래 조선업, 해운업을 통합해 국가가 통제하며 막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기자재사, 조선사, 해운사, 해사기관, 연구기관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해사클러스터를 조직하고 운영하며 통합적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해사업계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총체적 협력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 해사클러스터를 모델로 하는 한국형 ‘해사협력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협력기구는 상설 조직으로 조선기자재사, 조선사, 국내 및 해외 해운사, 해외 에너지사, 연구기관, 해사기관 등 폭넓은 범위의 기업과 기관 참여가 필요하며 논의를 주도하고 협력을 위한 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협력기구를 통한 논의와 협력으로 각 대안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미래 전략 수립, 협력 연구를 통한 효율적 연구개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 적용 시 실증선 제작과 운영에 대한 범국가적 협력을 통한 방안 모색과 협력 연구사업에 한해 실증선 제작 지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탄소중립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 조선사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협력기구를 통한 선박용 청정연료 생산과 보급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기술부문 외에 금융, 법률 및 제도, 비즈니스 모델, 안전 등 비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 투자도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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