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분산에너지, 에너지분권화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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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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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융합학과 교수(경제학박사)

분산에너지가 에너지산업에서 주요 이슈로 자리매김 한지도 10년 가까이 되었다. 2013년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처음으로 분산에너지 목표가 설정된 이후, 올해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이르기까지 매번 분산에너지 목표가 제시되고 있으며, 목표치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야심찬 목표와 계획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분산전원으로 대변되는 발전설비의 분산화는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목표와 수단, 구호와 실행이 따로 돌아가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집단에너지발전이 분산전원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에너지산업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분산에너지 확산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 전력수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역간 편차와 불균형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력설비가 과도하게 많은 지역에서는 이로 인한 갈등도 생기고 있다. 광역지자체 중 충남, 전남, 경북, 강원, 경남과 인천, 부산은 발전량이 남아도는데 반해 나머지 지역은 공급이 부족하다. 특히 서울, 대구, 광주, 대전, 충북지역은 전력자립율이 10%대 이하로 매우 낮아 대부분의 전력을 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발전소나 송전설비는 안전문제나 공해유발 등으로 인해 기피시설로 간주되고 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규발전소 건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타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발전소 건설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송전망 건설은 발전소보다도 훨씬 어렵다. 수도권처럼 전력이 부족한 지역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대규모 송전망이 필요하다.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동해나 서해안으로부터 전기를 끌어오려면 많은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결로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수급계획을 보면 이미 오래전에 완공됐어야 할 송전망이 아직도 계획에 남아있는 곳이 많다. 현실이 이럴진데 앞으로도 계속 송전망을 확충하여 수급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금의 방식이 유효한지 의문이다.

아직도 전력회사나 사업자의 관심은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망의 건설에 모아지고 있다. 본래 분산에너지로 간주되던 신재생발전 마저 나날이 대형화되는 추세다.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수십 또는 수백MW급의 대규모 태양광, 풍력발전은 기존의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송전망 수요를 유발하고 있다.

반면, 건물이나 마을에 설치된 소규모 태양광이나 공장, 건물 내에 설치된 연료전지나 열병합설비는 자체 전력수요를 충당하게 된다. 이러한 분산전원의 설치가 늘어나면 당연히 대규모 송전수요도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빌딩이나 공장, 시설, 주택단지, 캠퍼스에 분산전원이 들어선다면 지역의 에너지자립도가 높아지고, 나아가 송전수요 유발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의 분산화는 단순히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에너지 거버넌스 체제와 정책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단순히 현재의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전원을 선택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환경, 안전 문제는 물론 기술과 산업생태계, 다양한 이해집단이 에너지 정책과 전원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와 다원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문제는 중앙정부의 책무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에너지의 분권화가 이루어져 왔다. 우리로 치면 대부분 광역단위로 나뉘며, 시·군 규모까지 세분화된 곳도 있다. 물론 정치체제나 문화, 역사적 산물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지만 최근 에너지시스템의 지역화, 새로운 자원기술 확산과 공급방식의 다원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규제, 관리, 계획기능으로 다양한 사회적 니즈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현재의 방식으로는 에너지의 분산화를 이루기 어렵다. 에너지의 분권화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하고 아울러 책임을 줌으로써 지역 간의 특화와 차별화를 유도할 수 있다. 에너지 등 소위 유틸리티 재화의 공급책무를 지자체와 분담하게 된다면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배분과 공급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사업의 지역분할이 수반되어야 한다. 전기를 제외한 타 에너지는 공급지역이 지역별로 나뉜 지 오래다. 전력공급서비스를 중앙집중적 방식으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나 실익도 별로 없다. 전력공급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판매와 서비스부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서 보았듯이 앞으로 에너지산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분산에너지의 보급과 산업 육성은 부존자원의 개발, 에너지 효율성 제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민참여와 공동체에 의한 에너지생태계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으로 공급하던 ‘공급자 중심’의 방식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수요측에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경제적 여건이 만들어짐에 따라, 이제 필요한 기준과 시스템의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ESS, 열병합시스템 등 분산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한 제도와 법규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친환경 고효율 소규모 분산전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과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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