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한국의 수소전략, 전기화(電氣化)가 먼저다
[E·D칼럼] 한국의 수소전략, 전기화(電氣化)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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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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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진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본 칼럼이 지금에서야 한국의 수소 전략을 논한다는 것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늦더라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기고하고자 한다.

한국의 수소경제 로드맵의 큰 축은 수소차와 발전용 연료전지다. 이 중 LNG를 개질한 수소로 전력생산을 하는 연료전지는 탄소중립이라는 개념과 거리가 먼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개념이자 계획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흔히 CCGT라 불리는 가스복합화력발전은 미국의 경우 MW당 100만불 정도의 설비 투자비가 든다. 한국의 경우 좀더 높을 수는 있으나, 2배이상 차이나지는 않는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경우 한국은 CCGT 대비 3~4배 정도의 설비투자비가 소요된다. LNG 가격이 동일하다면 같은 kW 전력 생산시 발전용 연료전지의 전략은 더 비쌀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산화탄소(CO2) 포집기술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지만, 시중에서 주장하는대로 CO2 포집률 90%가 가능하다고 하면, LNG를 바로 발전 연료로 사용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CO2를 포집하는 것이, LNG를 수소로 개질하고 거기에 더해 CO2를 포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일 것이다. 게다가 LNG를 바로 연소시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LNG를 한 번 더 개질하여 수소를 생산하여 발전한다면 전력생산단가는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LNG로 전력을 생산하고 CO2를 포집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거다.

필자가 생각하는 탄소중립의 근본적인 의미는 첫째,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하는 것이고 둘째는 에너지 독립이다. 그런 의미에서 LNG를 수소로 개질하여 전력을 생산해 내는 개념은 탄소중립의 의미와 무관하다. 이러한 방식은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에너지 수입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경직성 또한 향후 계통망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어가는 영국이나 덴마크, 독일 등의 국가들의 경우 날씨 조건에 따라 계통망 내 발전량 비중이 60%를 초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이러한 변동성은 심해진다. 그러한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른 발전원의 운영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빨리 끄고 켰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전의 경직성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는 전력망에서는 매우 부담이 된다. 발전용 연료전지 또한 경직된 전원이다. 물론 국지적으로 데이터 센터나 병원을 타겟으로 한 발전용 연료전지는 변동성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대안이 될수는 있지만, 신속하게 전원을 온·오프 시키기 어려운 전원이며, 터빈과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 출력 관성도 없기에,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는 계통망에서는 계통에 부담을 주는 전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술발전을 통해 경직성이 보완되기를 희망한다.

현재 한국 금융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 중 하나가 발전용 연료전지 프로젝트다. 왜냐면 발전용 연료전지는 경제성 분석시 가동률 (capacity factor)를 96%에서 98% 수준으로 가정할 정도로 계속적인 발전으로 인한 안정적인 매전수익과 현금흐름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급작스럽고도 빈번히 발생하는 가동정지 상황은 연료전지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된다. 그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수익률 저하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의 수명도 단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전원믹스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 대를 넘어설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또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보면 이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긴 하지만, 점점 압박이 거세져 가는 RE100이나 유럽의 탄소국경세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발전용 연료전지는 설치 용량이 많으면 많을 수록 원전과 동일하게 계통망에 부담을 주는 전원이다.

요지는 이것이다. 수소라는 연료 및 원료는 전기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고 적용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력을 생산하는데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이며 비경제적이다. 수소로 전력을 생산할 바에는 차라리 재생에너지 용량을 더 설치하는 것이 전력단가 하락에 절대적인 기여도가 높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전기화로 할 수 있는 분야는 최대한 전기화를 하고, 전기화가 안되는 석유화학 분야나 장거리 운송 수단(비행기, 선박, 열차 등)은 연료전지나 그린수소 기반 e-fuel 등을 활용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이미 뒤틀려진 한국의 수소경제로드맵이기는 하지만, 내년부터라도 그러한 상식이 조금이라도 반영되는 정책, 프로젝트로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 칼럼의 내용은 주한덴마크대사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박의진 선임상무관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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