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전기연구원 -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 KERI
[초점] 한국전기연구원 -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 KERI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3.01.01 0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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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의 핵심으로 자리잡다
리튬이차전지 개발 역사 산실… 리튬황전지 에너지 밀도 세계 최고 수준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본격 운영… 재생에너지 간헐성 해결 기대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직무대행 김남균)이 차세대 전지(배터리) 기술 개발의 중추로 거듭나고 있다.
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는 1993년부터 무려 30년간 연구를 수행해 온 리튬이차전지 개발 역사의 산실이다.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연구역량 및 인프라, 다수의 특허·기술이전·산업지원 실적 및 경험을 인정받아 지난 2020년 9월 국가연구실에 지정되기도 했다.
국내 독보적 이차전지 인프라(드라이룸 172㎡, 성능 및 안전성 평가시설 330㎡, 화재 안전성 평가시설 200㎡, 레독스흐름전지 평가인증센터 2298㎡ 등)를 자랑하며, 총 44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탁월한 연구수행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소부장 우수 국가연구실(N-Lab)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KERI를 빛낸 성과를 조명해본다.

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실
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실

KERI 전고체전지 소재 기술, 출연(연) 10대 성과 선정

KERI가 개발한 ‘전기차용 차세대 전고체전지(황화물계) 소재 원천기술’이 ‘2021년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성과’에 선정됐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한 것이다. 높아진 안전성 덕분에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및 분리막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전지의 고용량화·소형화·형태 다변화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차세대 유망 기술이다.

하지만 전고체전지는 제조공정 및 양산화의 어려움, 높은 단가, 계면 불안정성 등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KERI의 성과는 이러한 전고체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다수 개발한 것이다.

먼저,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저가격 대량생산 제조기술’은 민간 기업체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성과다. KERI의 기술은 용액형과 공침형이 있다. 용액형은 최적 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첨가제를 통해 낮은 순도의 저렴한 원료로도 성능이 뛰어난 고체전해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특수 습식합성법’ 기술이다. 공침형은 고가의 황화리튬 사용 없이 ‘공침법(Co-precopitation method)’이라는 간단한 용액 합성(One-pot) 과정만으로 고체전해질을 저가로 대량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성과다.

최근에는 고체전해질 저가 대량생산을 넘어, 전극과 멤브레인 제조 공정까지 활용될 수 있는 ‘저온 소결형 고체전해질 분말 제조 및 시트화 기술’도 주목을 받았다. 이들 기술은 각각 국내 전문기업에 이전돼 양산화가 준비되고 있다. 현재까지 기술이전 총 계약액은 15억원이다.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핵심 장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폭시험장, 대형환경시스템, 전자기 적합성 시험설비, 대용량 충·방전기 시험장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핵심 장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폭시험장, 대형환경시스템, 전자기 적합성 시험설비, 대용량 충·방전기 시험장

탄소중립 숨은 진주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 구축

KERI는 광주지역본부(스마트그리드본부)에 탄소중립의 숨은 진주라고 불리는 ‘레독스흐름전지’를 시험 및 인증할 수 있는 초대형 인프라를 구축했다.

레독스흐름전지(Redox Flow Battery)는 환원(Reduction)과 산화(Oxidation), 흐름(Flow)의 단어를 합성한 용어로써, 산화·환원이라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자가 전해액의 도움을 받아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기존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한 전해액이 전자의 흐름을 돕고, 생성된 전기 에너지를 활물질이 포함된 전극에 저장한다.

반면 레독스흐름전지는 전해액 내에 아예 활물질을 녹여 외부 탱크에 저장한 후, 펌프를 이용해 이 전해액을 전극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충·방전 시 전극 표면에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고, 여기서 발생한 전기 에너지를 전해질에 저장하는 구조다.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주체가 전극이 아닌 전해액이라는 점이 기존 이차전지와 레독스흐름전지의 큰 차이다.

레독스흐름전지는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과 전기를 저장하는 부분을 구분했기 때문에 출력과 용량의 독립적인 설계가 가능하고, 전지의 대용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으며, 사용 후 전해액은 100% 재활용이 가능해 진정한 탄소제로를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친환경 전지다. 무엇보다 전해액의 주기적인 재조정을 통해 전지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화재 발생 위험이 없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이러한 많은 장점을 가진 레독스흐름전지는 차세대 장주기 대용량 이차전지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스마트그리드 및 분산형 전력망 구축 등에 필요한 ESS(Energy Storage System)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전력 생산의 불안정성(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성능이 뛰어난 대용량 ESS가 필요한데, 이러한 부분에서 레독스흐름전지가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KERI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광주광역시의 도움을 받아 총 사업비 233억5000만원을 투입, 총 1만㎡(3025평) 부지에 연면적 2250㎡(680평) 규모의 ‘대용량 전력저장용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를 2022년 3월 구축했다. 이후 부품·소재, 스택, 모듈, 시스템 등 전지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19개 항목 44점의 장비가 들어섰고, 7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센터가 ‘한국인정기구(KOLAS) 국제공인 시험기관’으로 지정돼 신뢰성과 전문성을 더욱 확보하기도 했다.

현재 센터의 운영 초기에도 불구하고 2022년 하반기에만 20건 이상의 시험을 수행할 정도로 기업 관심도가 높다, 특히 전지의 화재(방폭) 및 환경 시험 수요는 활용률이 월평균 90% 이상에 육박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국내에 레독스흐름전지 전문 시험 인프라가 없다 보니 업체들이 해외에 나가야 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 제품 개발 지연, 핵심 설계기술의 국외 유출 등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이번 센터 구축을 통해 국내 업체들이 빠르게 시험·인증을 받을 수 있게 돼 제품 상용화에 걸리는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레독스흐름전지 원리
레독스흐름전지 원리

차세대 리튬황전지 난제 풀고 상용화 앞당겨

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박사팀의 ‘저비용 플렉시블 고에너지밀도 리튬황전지’ 관련 연구결과가 높은 수준을 인정받아 국제 저명 학술지인 ‘스몰(Small, JCR 상위 8.33%, IF=13.281)’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리튬황전지(Lithium-sulfur Battery)는 니켈이나 코발트같이 비싼 희토류를 양극재로 사용하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자원이 풍부한 황(S)을 양극재로 사용해 전지의 제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리튬황전지는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나 높아 차세대 전지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리튬황전지에도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과 황이 만날 경우 황화리튬, 일명 ‘리튬 폴리설파이드(Lithium Polysulfides)’가 되는데, 중간 생성물인 이 리튬폴리설파이드는 전해액에 대한 높은 용해도로 인해 ‘용출 현상(polysulfide shuttle)’이 나타나 충·방전이 거듭될수록 양극 활물질이 손실되는 문제가 있다. 황이 지속적으로 전해질에 녹아, 결국에는 황의 양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는 수명과 안전성 저하와 직결되기에 리튬황전지의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였다.

KERI가 활용한 물질은 활성탄과 인(P)이다. 숯처럼 작은 기공(氣孔)을 가진 활성탄은 흡착성이 강해 각종 필터나 탈색제로 사용되는데, 연구팀은 이러한 활성탄을 전지 내부의 분리막 코팅 소재로 이용해 충·방전 시 발생하는 리튬 폴리설파이드를 물리적으로 잡아냈다(capturing). 뿐만 아니라 흡착력이 높은 인(P)을 탄소재에 도핑하여 화학적인 캡쳐링도 유도하는 등 이러한 물리적·화학적 이중 캡쳐링을 통해 리튬 폴리설파이드에 따른 리튬황전지의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리튬황전지의 플렉시블(flexible) 기능을 강화해 활용도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황 양극(+)에 전기 전도성이 높으면서도 강도가 세고 유연한 탄소나노튜브(CNT) 소재를 사용하여 무게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집전체를 제거(에너지 밀도 향상)하고, 굽히거나 휘어질 수 있는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기반으로 KERI가 개발한 리튬황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400Wh/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렇게 기존 리튬황전지가 가진 경량·저비용 장점에, KERI가 확보한 높은 에너지 밀도 및 성능 안정성(수명성), 플렉시블(내구성) 강점까지 결합돼 리튬황전지의 상용화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가볍고 장시간 운행이 필요한 항공우주, 플라잉카, 드론 등 미래형 항공 모빌리티의 전지 분야에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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