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탄소중립을 위한 연계 강화와 경계 허물기
[E·D칼럼] 탄소중립을 위한 연계 강화와 경계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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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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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KERI) 책임연구원

새해가 시작되며, 연구원 동료에게서 자료집 한 권을 받았다. 제목은 “탄소중립2050 전기산업발전 정책 백서”로 지난 한 해 동안 대한전기학회 본부 및 산하 5개 부문회(전력기술, 전기기기 및 에너지변환시스템, 전기물성응용, 정보제어, 전기설비)에서 TF를 구성하여 관련 포럼을 진행하고 의견 수렴을 거치며 해당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력산업에서 앞으로 추구해 나아가야 할 기술개발의 방향 및 전략, 그리고 이를 위한 인력 양성 로드맵 등을 담고 있다고 발간사에 소개되어 있었다.

이처럼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전력 분야를 비롯하여 에너지 산업 전반을 지배할 중심 키워드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및 그 여파로 에너지 공급망이 위기에 처하면서, 화석에너지 자원 생산국에 대한 독립성은 더 절실해졌고,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자원의 확보가 주는 편익은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되었다.

필자도 작년부터 연구원의 재원을 통해 탄소중립과 연관된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전력분야를 중심으로 에너지 섹터 간의 연계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하고, 경제적 및 기술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내용이다. 이 연구의 배경은 탄소중립을 배경으로 변동성 자원인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잉여전력을 수요 및 시스템적 차원에서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

풍력 및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제주도에서는 해마다 출력제한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출력제한 조치는 생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공급과잉에 따른 전력수급 불일치 및 그에 따른 전력계통의 안정성 붕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 해당 시점에 충분한 양의 전력수요를 생성해 준다면 출력제한을 할 필요가 없어져 그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잉여전력을 다른 에너지 및 산업시스템과 연계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총칭하여 P2X(Power-to-X)라고 하며, 대표적인 분야에는 난방 및 공정 사용을 위한 열 전환, 수소 등으로의 가스화, 전기차 등 수송 부문으로의 저장 및 사용이 있다.

열 수요가 연중 항시 존재하는 덴마크, 네덜란드 및 독일 북부 등에서는 잉여전력을 열로 바꾸어 활용하는 P2H(heat) 관련 기술개발 및 프로젝트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용 열 수요는 어느 정도 일정하지만, 가정용 열 수요가 대부분 동계에 집중되는 것과 비교하여 잉여전력은 주로 봄과 가을에 발생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어느 정도 될지가 문제이다. 시간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열을 장기간 저장 및 보관하는 계간 축열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열 손실 증가와 경제성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한편 P2G(gas)의 대표적인 기술은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만드는데, 이는 수송용, 산업용 등으로 바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액체 상태로 만들어 저장 및 보관하거나 장거리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기분해를 할 때, 재생에너지만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면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를 그린수소라고 하여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방식 또는 원유 정제 등의 중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하는 방식의 그레이수소와 구분한다. (참고로 그레이수소에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접목한 것은 블루수소라 일컫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기술은 선진국에 대비 효율 및 스케일 측면에서 부족하고 경제성도 낮은 상황이다.

다음으로 P2M(mobility)은 자동차 등 모빌리티 산업의 전동화 추세와 함께 그 활용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내연기관 차에 비해서는 많이 적지만, 국내 전기차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주차되어 있는 전기차들의 배터리를 소규모의 분산된 ESS로 활용함으로써, 잉여전력을 저장하여 사용 시간대를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의 충분한 보급 및 전기차 소유주의 자발적인 참여 유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당 연구의 1차년도를 진행하면서, 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고 또 교류의 필요성도 적었던 열, 가스, 교통 분야 등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일하는 필드는 서로 다르지만, 탄소중립 및 에너지라는 키워드로 협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를 계속해 나가면서 이러한 교류를 더 확장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은퇴하신 대학 시절 존경했던 교수님께서 학기가 시작될 때에 항상 해 주시던 명언이 하나 있다. “Working together is hard, but working alone is impossible.” 이제 시작된 2023년 새해에는 에너지 및 유관 산업들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이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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