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탄소중립病,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ED칼럼] 탄소중립病,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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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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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박사/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koreacarbon@gmail.com)

[에너지데일리]  그린워싱(Greenwashing)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설익은 녹색기술로 투자자를 현혹하기도 하고, 똑같은 상품을 녹색으로 잘 포장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마치 하는 척하기도 한다.

이때 그린워싱하는 기업은 이렇게 변명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Do Nothing) 보다는 낫지 않냐고. 그러나 그린워싱은 그 자체가 거짓공시로 이어지기 때문에 ESG경영철학에 위배된다. 그래서 그린워싱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악의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그린워싱으로 인한 거짓공시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작년에 미국 SEC가 골드만삭스의 ESG펀드에 대해 조사를 강행했다.

골드만삭스는 상위지분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인 ‘블루칩 펀드’를 포트폴리오도 수정하지 않은 채 ‘미국 주식 ESG펀드’로 이름을 바꿔 운영했다. 전형적인 과대포장이다. 통상 ESG펀드는 운용수수료를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뿐인가? 도이치자산운용과 로열뱅크 오브 캐나다

또한 이름만 바꿔 내걸은 펀드 운영으로 각각 독일과 캐나다 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전기차 회사 니콜라는 기술력을 과대포장하여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었다. 이렇게 잘못된 공시는 선의의 피해자를 낳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기업을 그린워싱으로 몰아갔을까? 아니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그린워싱을 선택한 것일까? 기업은 ESG경영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기회를 살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영전략이 그린워싱과 거짓공시를 부추겼단 말인가?

이때 좋은 핑계거리가 있다. 바로 정부다. 정부가 제대로 녹색기술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시장을 통제할 때 정부는 그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 중 가장 최악은 시장을 통제할 경우이다. 녹색기술은 며느리도 모를 수 있다. 왜냐면 기술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줄 수도 있고 부적절하게 줄 수도 있다. 왜냐면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예측하고 정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라는 시장을 운영해 왔다. 6개월 전만해도 경매가격이 3만원대였던 배출권가격이 현재 15,000원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70유로하던 유럽 배출권가격은 현재 90유로를 훌쩍 넘겨 100유로를 향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괴리(disparity)를 가져왔을까?

우리나라 경기가 유럽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한다면 모든 게 용서가 된다. 그렇다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경제를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사실 우리경제가 모든 외부효과로부터 취약한 건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배출권가격이 유럽과 거꾸로 움직일 정도로 경기가 곤두박질하고 있는가? 터키도 아니고.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현상을 가져왔을까?

정책은 잘못이 없다. 물론 정책 간의 계층적 구조와 융화, 즉 하이라키(hierachy)와 하모니(harmony)는 중요하다. 이는 나중에 긴 호흡으로 다루고자 한다.

탄소중립정책에 시들어가는 탄소중립병 환자가 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RE100을 한다, CCUS를 한다, 수소를 한다, 암모니아 혼소를 한다, ESG보고서를 쓴다.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왜 배출권가격이 하락하고 있을까? 너무 잘해서 공급과잉이 발생했을까? 물론 경기가 경착륙을 하면 배출권이 남아돌 수 있다. 아니면 과잉투자에 대한 반증일까?

아무리 그래도 후자는 아닌 것 같다. 즉 지금의 탄소중립병 환자가 느는 이유는 탄소시장이 존재만 했지, 가격시그널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출권가격이 하락하면 감축비용이 줄기 때문에 굴뚝산업들은 환영할 법하다. 그런데 왜 불안할까? 그 이유는 가격하락의 이유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배출권 할당을 잘못했거나,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한 후폭풍이다.

배출권가격 하락은 녹색기술에 대한 성장을 억제한다. 즉, 아무것도 안하고 가격하락만 기다리는 기업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누릴지 몰라도 신규기술이 진입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배출권가격 급등을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녹색기술에 대한 시그널을 제공할 배출권가격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기업은 시장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정부에 대한 원망만 쌓이게 된다.

과거에 병에 대한 진단과 상관없이 판피린과 박카스를 먹던 시절이 있었다. 모닝커피 한잔 보다 박카스 한병의 위력은 탁월하다. 그러나 판피린과 박카스에 의존하면 진짜 병이 무엇인지 놓칠수 있다.

의외로 탄소중립병은 간단하다. 배출권시장을 정상화시키면 된다. 그래야 탄소중립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모두 가능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RE100을 하는 기업에게 연민을 느낀다. 오늘이라도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자. 시장기능을 회복시켜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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