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기형적 전력시장,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E·D칼럼] 기형적 전력시장,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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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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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융합학과 교수(경제학박사)

도매전력시장이 도입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전력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전력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경직된 전력수급계획이나 기울어진 에너지정책, 이해하기 어려운 요금정책 등을 규제나 정책실패로 치부한다.

물론 그런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형적인 전력시장도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력시장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다. 일부는 알면서도 수수방관하고, 대부분은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우니 그저 국외자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전력시스템과 시장운용에 관여하거나 경험해본 소수의 믿음과 판단에 의존하는 전력시장 구조가 고착되고 말았다.

전력시장의 문제는 애시당초 시장기능이 철저하게 배제되면서 시작되었다. 아직까지도 비용평가와 보정계수라는 기형적인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를 제외한 민간발전사에만 제3자가 평가한 비용에 의해 가격없는 시장을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는 것이다.

전력시장가격을 결정하는 연료비란 계약-도입-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입선과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도입방식만 보더라도 중장기계약, 현물, 선물시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금처럼 유가의 등락이 커지게 되면 비용의 변동폭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다 보니 전력가격을 대변할 수 있는 시장가격의 부재로 인해 소매요금으로의 연결 압력도 크지 않다. 특히 일물일가(一物一價)에 의한 가격기능의 미비로 정산가격, 용량지불액, 각종 계수 등 보완적 기능에 크게 의존하는 형국이다.

전력시장 개선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 2015년 이후에는 민간발전사의 비중이 커지고 민간석탄발전의 도입이 예상되면서 현물시장뿐 아니라 계약시장의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당시 전력거래소에서는 가격입찰, 계약시장 및 실시간시장 도입을 위해 관련 규칙과 제도, 시스템 보완을 위해 시장개선 로드맵을 의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계획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나, 실행에 이르지 못한 체 지금에 이르렀다.

전력시장은 이미 오래전에 글로벌 표준이 만들어지고 작동되고 있다. 국가나 시장특성에 따라 조금씩은 차이가 있을지라도 우리만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계속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시장에 따라 계통구조나, 전원구성도 다양하나 시장을 움직이는 모델이나 시스템은 검증된지 오래다. 북미, EU 역내 대부분의 주나 국가는 물론 호주, 중남미 등 많은 나라에서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다. 우리처럼 전력시장이 오래전에 도입되었음에도 아직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데는 무책임과 방치 그리고 이런저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올해 안으로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전력시장을 개편한 새로운 규칙과 시스템을 도입하고 2025년까지는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 한다. 하루전 시장과 더불어 실시간 시장을 병행해서 운영하고 예비력과 주파수 같은 보조서비스 시장도 도입한다고 한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입찰제도 의무화도 제시되었다. 이렇게 된다면 변동성 문제도 상당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에너지시장, 용량시장, 보조서비스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전력시장개편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어정쩡하게 별개도 운영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인증서(REC) 시장’, 수요자원(DR) 시장, 그리고 ‘소규모전력중개시장’도  통합되어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기존의 비용평가에서 가격입찰이라는 본래의 기능으로 속히 전환하여야 한다. 시장은 시장참여자의 판단하에 투자와 수익창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용량시장도 함께 도입하여야 한다. 이제는 비용보전수단에 불과한 용량지불액이라는 편법에서 벋어날 때다. 미래시점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정 설비규모(adequacy)를 기준으로 용량입찰이 이루어진다면 수급계획 기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제시한 유연자원시장도 다양한 수급자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더 넓혀야 한다. 대상자원을 태양광, 풍력과 ESS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DR, EE와 같은 수요자원은 물론 DER의 범주에 드는 다양한 분산자원도 허용하여야 한다. 양질의 집합자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장의 문을 더 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력시장의 유연성과 자원의 다양성이 넓어짐은 물론 시장기능을 통한 분산자원의 활용성과 에너지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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