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전력산업, 새로운 로드맵이 필요하다
[E·D칼럼] 전력산업, 새로운 로드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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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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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융합학과 교수(경제학박사)

지금 우리 전력산업은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배와 같다. 야심차게 시작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하자마자 중단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전력시장 또한 여지껏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20년 넘게 연습만 하고 있다. 규제기구도 시스템운영자도 발전사도 판매사도 있을건 다 있지만 과거 방식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

민간 사업자는 늘었어도 산업구조와 사업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공기업도 인원도 늘었으나 규제체제는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에너지 이슈의 정쟁화로 인해 정치권의 개입과 언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욱 갈피를 잡기 어려워 보인다.

언제부턴가 에너지, 환경, 전력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한 내용도 모른채 소리치는 대로 귀 기울이기 마련이다. 어제는 태양광, 풍력으로 몰려가더니 이제는 원자력이면 다 해결될 것 처럼 떠들어 댄다.

요금논쟁, 적자논쟁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서로 네 탓으로만 돌린다.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운 전원구성, 수요와 유가에 따라 움직이는 에너지믹스가 주어지면 공급비용과 비용변동의 요인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부 공중파나 지면에서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내용보다는 대체로 이해당사자의 과장되고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2년전 만 해도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능할 것처럼 국가목표가 설정되고 공표되었다. 목표는 창대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그때도 지금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우리 전력산업은 많은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에너지산업이 단순히 국가경제와 산업의 보조적 수단에 머물것인가 아니면 이제 에너지산업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갈 것인가?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십년 넘게 에너지신사업, 신재생,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분산에너지, 수요자원 등을 도입했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디다.

이는 아직도 전력산업이 과거의 사고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형 발전소를 짓고 송전망을 깔아서 충분하고 안정적이며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산업의 미래를 만들기 어렵다. 우리 앞에 다가온 에너지환경의 변화에서 앞으로 우리 전력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기후대응과 에너지믹스, 에너지가격과 요금문제,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전력시스템과 품질유지 문제 등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전력수요가 지금보다 두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전력수요 증가는 연평균 1% 남짓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발전설비의 신규소요도 많지 않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엄청난 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저장시스템, 수소발전과 같은 혁신적인 정책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이 맞는지 당장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전력수요가 늘더라도 대규모 공급시스템을 통해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주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공장에서 빌딩에서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공급하는 분산시스템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나 원전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에서 다양한 에너지원과 에너지원 간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공급방식의 다원화와 통합의 길로 들어섰다. 태양광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소규모 에너지원과 저장자원을 촘촘하게 역어 역내 전기와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산시스템, 에너지 혁명을 이끌어 나갈 수소에너지까지 많은 신기술과 자원이 상업화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제라도 전력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현실적 장애요인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전기요금, 에너지전환, 원전문제, 온실가스 감축, 공급망 확충, 신뢰도 등 현안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전력시장 정상화, 규제시스템 구축 등도 중요하다.

이런저런 에너지계획과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은 넘쳐나지만,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는 불명확하다. 모두가 에너지를 얘기하고 있지만, 미래를 향해 산업을 이끌고 가는 주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와 상황이 오랫동안 유지되는데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결국 언젠가는 정책실패, 시장실패로 이어져 국민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산업구조는 어떻게 할 것인지, 시장기능을 계속 방치할 것인지, 경제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에너지와 온실가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너무도 중요한 국가적 현안이다. 전력산업의 돌파구와 기회는 아직도 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체제에서 안주하며 공급자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 혼자서 정책, 계획, 규제라는 과도한 짐을 짊어지는 것도 감당하기 힘들 뿐 아니라 성과를 담보하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정책과 규제가 맡았던 부분을 과감히 시장과 민간으로 넘길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그동안 막혀있던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전력산업의 미래도 정부가 깃발을 들고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 민간, 산업계, 전문가, 소비자 등 다양한 그룹들이 힘을 합하여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 올바른 좌표와 정확한 이정표가 필요하듯이 이제 전력산업도 모두 힘을 합쳐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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