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글로벌 원유 가격을 둘러싼 주요국의 역학관계
[분석] 글로벌 원유 가격을 둘러싼 주요국의 역학관계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3.06.16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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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입국 미국·원유 수출국 OPEC 간 입장차 ‘극명’
OPEC, 오일산업 투자 감소 경고… 높은 원유 가격 유지 노력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시키기 위해 원유 가격 낮게 유지 필수
러시아, 원유 할인 판매… OPEC 시장 점유율 탈환 의도

주사우디 한국대사관은 ‘글로벌 원유 시장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에너지 분야 전문가의 OPEC, 미국, 러시아 등의 관점에서 본 글로벌 원유 시장에 대한 기고를 요약한 자료를 내놓았다. 기고문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원유 시장의 가격 결정 요인에 대해서 주요 플레이어들인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공급자로서의 OPEC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자인 유럽 및 아시아 ▲OPEC+를 대표하는 러시아 등의 정치·경제적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변국영 기자>

 

최근 OPEC 사무총장이 ‘IEA가 오일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원유 수입국을 대표하는 미국 및 그 동맹국과 원유 수출국 그룹인 OPEC 간의 입장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인도에 대한 OPEC의 점유율을 낮췄다는 뉴스 또한 새로운 글로벌 원유 시장 질서에서 러시아의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공급자 : OPEC

사우디, 이라크,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1배럴당 채굴 비용은 1∼2 달러(자본 투자금 제외)에 불과하며 자본 투자금을 포함하더라도 배럴당 6∼8 달러 수준이다. OPEC의 다른 회원국들은 좀 더 높을 수는 있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다.

실제 채굴 비용과 원유 목표 가격인 80 달러 간의 차이는 미래 공급 확보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보다는 에너지와 무관한 국가 주도 프로젝트들에 사용되고 있다. 사우디 경우 지난 수년간 사우디 아람코의 네옴과 같은 기가프로젝트, KAUST 대학 설립과 같은 사회경제적 프로젝트 등에 사용했다.

OPEC 회원국의 원유 수익 대부분이 에너지 이외의 국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이 이해 가능하다해도 이를 위해 유가가 80 달러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을 수용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수요자 : 미국·유럽·아시아

80 달러 이상의 고유가 유지는 미국에 경제·정치적 영향을 초래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역사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 달러 변동하면 휘발유 1갤런당 가격이 25∼30 센트 변동했고 갤런당 1센트가 상승하면 연간 10억 달러의 소비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

정치적 의미에서는 미 경제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1차 대전 이후 2018까지(선거 2년 전까지) 미국 경제가 불황이 아닌 경우 재선에 도전한 현직 대통령이 11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반면 경제가 불황인 상황에서 재선에 도전한 경우 7번 중 단 한번만 승리했다. 이를 감안할 경우 현 조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 입장에서 다음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불황은 비선호일 수밖에 없다.

이에 그동안 미국은 브렌트유 기준 최저 40∼45 달러(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자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가격)에서 최고 75∼80 달러(이 이상 가격은 미국 및 동맹국에게 경제적 영향 초래)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실제 2018년 하반기 사우디가 유가를 80 달러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반대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UN 총회 직전 연설에서 “OPEC 회원국들이 다른 국가들을 약탈하고 있다”며 “미국이 다수의 OPEC 회원국들을 무료로 방어해 주고 있는데 이러한 군사적 보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유가를 낮게 유지하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고 있는 유럽 및 아시아에도 가스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국가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OPEC+ : 러시아

OPEC+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러시아의 재정적 균형 유가는 배럴당 40 달러 수준이었다. 현재 글로벌 재정 균형 유가는 115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는 미국 및 동맹국(G7, EU 및 호주)들의 다양한 제재와 가격상한제 도입(배럴당 60 달러 상한가격)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전략은 매우 직설적이며 효과적으로 보인다. OPEC의 리더인 사우디를 설득해 유가를 끌어올림으로써 러시아 오일을 상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할인해 팔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중국, 인도 등 상한 가격인 60 달러보다 높은 가격으로 할인된 러시아 원유를 사고자 하는 바이어가 많은 만큼 OPEC이 유가를 높게 유지하면 할수록 러시아의 할인된 유가는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중국과 인도는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값싼 러시아 원유 구매로 수혜를 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은 이러한 러시아의 원유 할인 판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유가 상승을 억누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사우디와 OPEC을 이용해 주요 구매 시장에서 가격을 책정해 그 격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한 것은 인도의 석유 구매에 대한 최근 수치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은 2021∼2022년 인도 석유 시장의 약 73%를 점유했지만 2023년 3월에는 59%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러시아가 이라크를 제치고 인도의 석유 공급 1위 국가로 부상하면서 사우디는 최근 자료에서 3위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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