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전력수급계획, 이제는 대안을 찾자!
[E·D칼럼] 전력수급계획, 이제는 대안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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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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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융합학과 교수(경제학박사)

우리나라는 30년 넘게 정부 주관하에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이름이 바뀌었지만, 내용이나 절차는 거의 같다. 전력수급계획은 수립시 마다 논쟁도 많았고, 오래전부터 계획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기사업법이 바뀌면 모를까 여지껏 지루한 작업이 반복되고 있다. 금년 1월 10차계획이 해를 넘겨 발표되었다. 예년 같으면 내년쯤에나 시작될 11차 계획이 올해 안에 수립된다고 한다. 하기야 그동안 1년씩 건너뛴 해도 몇번 있었으니, 1년을 당긴다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이렇게 계획수립을 서두르는 배경이 궁금하기는 하다.

전력수급계획의 세간의 이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주무부처나 지원기관 그리고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수립되었다. 대통령실, 국회, 언론, NGO와 같은 외부의 개입이나 간섭이 거의 없이 내부 절차에 의해 수립되었다.

그러다가 2011년 정전사태 이후 전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 6차계획부터 환경부와 협의 그리고 국회 보고 절차를 거치도록 하면서 수급계획이 국가적 이슈로 등장하였다. 당시 야당에서 에너지를 환경문제와 연계하여 이슈화하면서 에너지 논쟁이 본격화되었다.

이처럼 전력수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논의과정이 추가되었지만 수급계획은 대체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여 추진되었다. 그러다 보니 수급계획이 폐쇄적으로 진행되면서 외부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갈수록 의사결정에서 소위 청와대, 국회, 타 부처와 외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정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가계획이 갖고 있는 신뢰성마저 상실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수급계획에 정권차원 개입이나 외부 간섭이 당연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이 기정사실화 되었고, 그러한 정책목표를 바탕으로 8차계획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기존계획에 있던 원전 6기를 백지화하고 수명연장을 중단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2020년 9차계획은 8차계획을 확인하는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10차계획은 2022년 5월 정부가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법적 범위내에서 정부가 공표한 온실가스 감축이나 신재생발전 목표를 지키는 선에서 수립되었다. 신규전원 추가 보다는 전력시스템 신뢰도 유지를 위한 에너지저장설비 확충에 집중되었다.

이번 11차계획은 현 정부가 본격적으로 전력수급을 주도하는 첫 번째 계획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는 이미 원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속도조절을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계획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도 전정부에서 폐지된 원전 문제와 분산형 신기술전원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계획의 토대가 되는 수요예측도 매번 도마 위에 오르지만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전력수급계획에는 여러 예측기법과 모델이 사용되고 있다. 예측이란 일반적으로 객관화가 가능한 기술적 과정, 즉 모델을 통한 통계추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요인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선험적인 판단이 필요한 종합예술적 특성도 있다.

7차부터 10차까지 수요예측치를 보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7차때는 2029년 전망치가 656TWh로 꽤 높았고, 당시 신규원전을 위한 과대예측이라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지난 정부에서 이루어진 8차, 9차때는 2030년 전망치가 각각 579TWh, 542TWh로 이전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이 또한 원전 등 기존전원의 신규건설을 줄이고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늘리기 위한 접근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10차에서는 573TWh로 다소 늘었지만, 이번 11차계획도 아마 수요전망치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전력수급계획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신규발전소 건설에서 경제, 기후, 유가변동을 고려한 시나리오 중심의 에너지전망(outlook)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앞서 여러번 언급하였지만 선진국치고 우리처럼 국가가 신규전원에 대해 실질적으로 전원유형, 입지, 용량, 공기까지 지정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의 계획방식은 수십년전 발전소가 턱없이 부족하고 민간의 역량이 부족할 때 국가가 산업을 끌고 나가야 했던 개발연대의 산물이다.

누가 언제 어디에 발전소를 건설할 것인가는 이제 수급여건과 전망을 보고 시장참여자가 결정할 몫이다. 이렇게 되면 전력산업의 안정화와 더불어 예측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발전소 건설로 발생할 수 있는 송전문제, 환경문제, 안전문제, 주민 수용성과 같은 필수적인 인허가 기능만 하면 된다.

이제는 수급계획이라는 별로 실효성도 없고, 오래전에 유통기간이 지난 레거시 제도를 내려놓을 때다. 계획에 명시된 설비 준공도 이미 지키기 어려운 마당에 매번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소모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를 되풀이할 필요가 있겠는가?

전력공급 안정이라는 명분도 설비예비력만 보자면 이제는 과도하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 이제 정부는 형식적인 계획보다는 유사시 대비하여 비상대책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기후변동성 대응과 전력계통의 회복력(resilience) 확보를 위해 힘을 쏟을 때다.

최근 특별법이라는 입법방식으로 인해 전기사업법 본래의 기능과 위상도 많이 변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의 대대적인 재정비를 통해 에너지환경과 전력산업, 기술의 변화를 반영하고 전력수급계획, 전력시장 등 그동안 전력산업의 해묵은 과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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