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전기 기술 기반 의료기기, 적극적인 지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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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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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 선임연구원

추석 전 정기 건강검진을 받던 중이었다.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위장조영촬영(UGI) 차례에서 검사 장비에 쓰여진 제조사명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아마도 방사선 발생장치를 위시한 전기 기술 기반 진단·치료기기를 연구하는 곳에서 근무하며 생긴 일종의 직업병 탓이었으리라. 아쉽게도 검사 장비 제조사는 일본 기업이었다. 다음 검사를 기다리며 방사선 촬영 장비 시장에 대해서도 검색해보았다. 기대와는 다르게 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방사선 암치료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건강에 관심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선형가속기(LINAC) 기반 암치료기, 감마 나이프(Gamma Knife) 등의 방사선 암치료기의 경우, 장비와 기술 거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신문 기사 하나를 접하였다.

올해 4월 국내 모 대학병원은 꿈의 암치료기라 일컬어지는 중입자 치료기를 국내 최초이자 세계 16번째로 도입하였다. 탄소 이온을 광속의 70%로 가속한 후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은 60대 환자의 암 조직에 조사(照射)하여 완치에 가까운 성과를 이끌어냈다. 한해 약 25만명이 암 진단을 받고 약 8만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우리나라에서 중입자 치료기는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치료비가 5000만원에 이르고, 대기 환자도 많은 까닭에 아직까지는 소수의 암 환자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향후 대학병원 두곳에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할 예정이라지만, 한곳당 30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외화를 해외 기업에 지불해야 한다. 놀랍게도 바로 그 해외 기업은 전기기기 분야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도시바(Toshiba)다.

반도체, 컴퓨터 부품, 발전 설비, 열차 등을 제작하는 기업이 의료기기를 제작한다는 사실에 일견 신기할 수도 있지만, 이는 도시바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에디슨(T. Edison)의 전구에서 시작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릴(GE), Compact Disk를 처음 개발한 네덜란드 필립스(Philips), 고급 가전 제품으로 유명한 독일 지멘스(Siemens)의 앞글자를 딴 GPS는 세계 영상진단기기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하고 있다.

해외 전기기기 분야 기업의 성공 사례는 정체중인 국내 전기기기 산업에 새로운 도약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는 올해 전기산업 생산을 작년 대비 1% 증가한 44조7000억원, 수출을 3.2% 증가한 17조8000원으로 전망하며, 저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발표하였다. 마침 정부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10대 국정과제'(2022년),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2023년),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2023년), '제1차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혁신전략'(2023년) 등에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천명하였다.

전기산업 생산과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더욱이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기 기술에 기반한 의료기기는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기 국산화를 통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여 국민 건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 기술 기반 의료기기가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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