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곶감보다 무서운 유가
[E·D칼럼] 곶감보다 무서운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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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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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박사 /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에너지데일리]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이야기가 있다. 자꾸 울면 호랑이가 물고간다고 엄마가 아이를 얼르지만 아이는 곶감에 울음을 그쳤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호랑이가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가짜뉴스(?)에 속고 소도둑이 지나가는 호랑이, 그것도 곶감에 쫒겨 줄행랑을 치는 호랑이를 소로 착각하고, 호랑이는 소도둑을 곶감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마을에서 소도둑도 호랑이도 물리쳤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중동리스크가 바이든의 발목을 잡을 것 같다. 바이든 집권 초기에 이미 예견됬던 얘기다. 트럼프가 김정은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중동이슈는 유사이래 보기드문 화해무드로 묻혀버렸다. 수소 얼라이언스가 만들어지고 미래지향적인 경제공동체가 형성되나 싶었다.

하마스의비한 테러로 촉발된 이번 중동사태는 주변국으로의 확산 가능성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티은행이 국제유가 70달러를 내놓으면서 원유시장이 진정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바이든 집권이후 사우디와 러시아의 동맹은 어느때보다 더 단단해지고 있고 여기에 중국의 지원이 더해지며 미국을 견제하는 세력이 많아질뿐더러 다양해지고 있다.

인플레의 핵심인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아니 내년 재선을 위해서라도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이는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을 자극하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원유수출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원유시장은 한번 더 요동을 칠 것이다.

이번의 패착은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면서 과거의 에너지외교가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바이든이 간과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하마스에 대한 응징이 팔레스타인을 가자지구로부터 몰아내는데 성공할 것이라는 플롯은 누가 생각해 냈을까? 이스라엘일까? 아니면 이란일까? 아니면 미국일까?

어찌보면 이들에게는 하마스가 곶감일 수 있다. 하마스는 테러세력이다. 그러나 이 곶감이 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인지 아닌지 그 정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호랑이가 두려워 했던 존재는 사실 그냥 곶감이었다. 단 아이가 그 곶감을 좋아했다는 데 분쟁의 씨앗이 존재한다.

그 곶감은 사실상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는 오늘 누린 것을 내일도 누리길 기대한다. 그러기에 투자도 하고 오늘의 희생을 감수한다. 바이든이 풀어야 하는 숙제는 우리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바로 경제안보. 에너지안보 없이 경제안보는 보장되지 않는다.

에너지안보를 풀기에 바이든의 머리는 너무 복잡하다. 그리고 너무 적이 많다. 어제까지만 해도 으르렁 거리던 중국에게 중동문제에 나서라고 했다. 먹히겠는가? 지금 중국은 일대일로 중간평가를 하고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주변국은 함께 과실을 챙기고 싶어한다. 결국 중국을 견제하면 일대일로의 과실을 기대하는 주변국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아랍이 문제가 아니라 미중간의 문제부터 풀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나머지 문제도 쉽게 풀릴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위기가 가중되는 것은 내년 재선에 결코 이롭지 않다. 바이든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민생이 걸린 문제이다.

다가오는 COP28을 앞두고 바이든의 그나마 남은 정책철학 탄소중립이 힘을 발휘하려면 바이든은 시진핑을 만나야 한다. 파리합의문을 극적으로 끌어냈듯이 COP28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한 리더쉽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럴려면 바이든으로서는 시진핑이 필요하다. G77의 리더격인 중국은 기후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개도국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왜 러시아와 사우디가 동맹이 되었고 중국과 러시아가 혈맹이 되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들은 함께 공유하는 것이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북극 LNG를 함께 개발하고 중국은 러시아가 어렵게 개발한 원유와 가스를 사주고 있다.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연준이 2% 인플레이션에 목을 걸면 걸수록 러시아와 사우디는 바이든이 원하는 저유가와 반대로 가는 전략을 쓸 것이다. 바이든이 하마스를 핑계로 이란을 공격할 카드를 꺼내고 있다. 과연 유가를 안정시킬수 있을까? 출구가 없는 전략이다. 군사보다 외교, 정치보다 경제. 즉 호랑이보다 곶감이 필요한 민생을 하루라도 빨리 돌아봐주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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