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탄소중립의 전환 과정과 ‘복원력(Resilience)’
[E·D칼럼] 탄소중립의 전환 과정과 ‘복원력(Resil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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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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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5℃의 기후목표 강화를 약속한 ‘글래스고 기후합의’와 그 합의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최근 화석연료의 퇴출 여부를 둘러싼 ‘COP28 논란’은 탄소중립의 이행과정상 여러가지 불확실성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탄소중립의 선두주자였던 유럽은 화석연료 위기에 직면하여 일부 국가들이 석탄발전을 확대한 바 있고, 화석연료 보조금 축소를 약속하고 일년만에 세계 각국은 이를 2배 이상 증가시켰다. 이들이 위기 타개를 위한 긴급조치이긴 하지만, 세계 각국은 당분간 탄소중립보다 화석연료의 안정적 소비와 확보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미국·유럽과 러시아·중국간의 진영대립이 심화되고, 천연가스와 석유 등의 수출대국인 러시아가 한쪽의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화석연료의 수급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석유의 경우 미국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사우디와 러시아 중심의 OPEC 플러스로 인해 물량 및 가격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천연가스로서 러시아 PNG로부터 탈피를 선언한 유럽이 LNG 시장의 수요자로 등장하여 우리나라와 일본 중심의 LNG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화석연료의 불확실성과 위기극복을 위해서라도 재생가능에너지를 더 확대하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장기적으로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재생에너지 부존여건이나 자동차 산업 및 인프라 여건 등 각국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설령 이러한 방향이 가속화되더라도 재생가능에너지와 전기차 확대에 따른 광물(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의 수급 불확실성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이들 광물의 가장 큰 수요처가 바로 전기차와 재생가능에너지에 필수적인 2차전지다.

따라서 재생가능에너지와 전기차 확대가 화석연료의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시킬 수는 있으나 광물안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화석연료 수출대국인 러시아 의존도 축소로 인해 화석연료 수급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는 광물수급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상황이다. 

필자의 전공인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 분야에서 자연생태계의 안정적 전환을 설명하는 ‘패나키(panarchy)이론’이 있다. 용어는 좀 생소하나 내용은 간단한데 자연생태계가 기온이나 습도 변화, 외래종의 출현 등으로 예측불허의 위기상황에 처할 경우 무질서한 붕괴상태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려면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기존 질서에서 새로운 질서로의 안정적 전환 능력을 뜻하는 '복원력(resilience)'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고 그 핵심은 바로 ‘다양성’이다.

탄소중립으로의 전환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와 전기차에만 집중한 채 화석연료와 광물을 배제하고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 역시 불안정하고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진영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와 광물의 부존여건이 매우 취약한 우리나라로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퇴출이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 및 광물 안보를 한층 더 중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이 매우 중요한 목표이기는 하나 이에 도달하기 위한 이행과정에서 여전히 화석연료와 광물 등의 다양성이 중요하고 그것이 뒷받침될 때 탄소중립의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쳐하면서 전환과정상 ‘복원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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