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앙골라는 왜 OPEC 탈퇴를 선택했나
[분석] 앙골라는 왜 OPEC 탈퇴를 선택했나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4.01.2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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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결정에 영향력 미치지 못하는 등 OPEC 회원국으로서 혜택 누리지 못해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파트너 자유롭게 선택하고자 하는 자율성 발로
경제 발전 위한 재원 ‘절실’… OPEC 탈퇴로 원유 생산 자유롭게 늘릴 수 있어
주요 산유국 노하우 배울 수 있는 기회 상실… 걸프 국가의 앙골라 투자 위축될 수도
앙골라 OPEC 탈퇴, 단기적으로 국제 원유시장·OPEC 위상에 미칠 영향 제한적
아프리카 목소리 더 많이 반영하려는 흐름… 앙골라 탈퇴가 OPEC 위상에 상당 타격 줄 수도
주앙골라 한국대사관 ‘앙골라 OPEC 탈퇴 관련 평가’

앙골라가 올해 1월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했다. 앙골라는 어떤 이유로 탈퇴를 결정했으며 과연 탈퇴로 앙골라는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특히 앙골라의 OPEC 탈퇴가 국제 원유시장 및 OPEC 위상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앙골라 한국대사관의 ‘앙골라 OPEC 탈퇴 관련 평가’ 보고서를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탈퇴 배경

다수의 전문가들은 OPEC의 생산 할당량(일일 111만 배럴)에 앙골라가 불복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앙골라가 그간 OPEC의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등 OPEC 회원국으로서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Diamantino Azevedo 광물석유가스부 장관은 앙골라의 OPEC 탈퇴를 발표하면서 “앙골라가 OPEC에 잔류함으로써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언급했다. David Kissadila 앙골라 공공행정 전문가는 “앙골라가 OPEC에 정기적으로 분담금을 납부하면서도 결정권을 갖지 못했다”며 탈퇴를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Alex Vines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는 “앙골라와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의 목소리가 OPEC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꼈으며 이것이 앙골라가 OPEC 탈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생산 증대를 원하는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이해관계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방어하려는 러시아·사우디의 이해관계 간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riel Cohen 국제조세투자센터 에너지·성장·안보 프로그램 책임자는 “과거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었을 때는 감산을 통해 국제 원유 가격을 높이려는 OPEC의 시도가 유익했으나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고자 하는 현재는 사우디-러시아 주도의 OPEC와 유인이 상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앙골라의 OPEC 탈퇴 발표가 로렌쑤 앙골라 대통령의 방미 이후 나온 것에 주목하며 이같은 결정이 OPEC 약화를 바라는 미국을 의식한 친서방 행보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왔으나 오히려 앙골라가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자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보여준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Heitor Carvalho 앙골라 루시아다대학 경제연구소 조정관은 “앙골라의 OPEC 탈퇴 결정이 OPEC 약화를 의도한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Alex Vines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는 “앙골라는 냉전 시기 쇠락해 가는 소련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최근에는 중국에 과도한 채무를 지게 된 쓰라린 경험을 통해 특정 지정학적 블록으로 분류되는 것을 배격하고자 하며 OPEC 탈퇴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파트너를 자유롭게 선택하고자 하는 자율성의 발로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탈퇴로 인한 득실

앙골라가 금년 생산하겠다고 밝힌 일일 118만 배럴을 실제 생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으나 많은 전문들은 앙골라가 경제 발전을 위한 재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OPEC 탈퇴를 통해 원유 생산량을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Antonio Braca 앙골라 경제학자는 앙골라의 원유 생산량이 최근 10년간 감소했으며(2013년 일일 173만 배럴→2022년 일일 114만 배럴), OPEC의 생산 할당량이 신규 투자를 저해했던 만큼 OPEC 할당량에서 벗어나 앙골라의 원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앙골라가 주요 산유국들의 노하우와 역량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걸프 국가들의 앙골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ose Oliveira 앙골라 가톨릭대학 연구원은 “사우디개발기금의 까뚬벨라 산업공단 투자를 비롯해 최근 앙골라 투자가 중동 국가들에 의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OPEC 탈퇴로 인해 향후 걸프 국가들의 앙골라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원유시장·OPEC 위상에 미칠 영향

앙골라의 원유 생산량 및 OPEC 내 생산 비중(약 2%), 생산량 증대를 위한 설비 투자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앙골라의 OPEC 탈퇴가 단기적으로 국제 원유시장 및 OPEC의 위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알제리, 콩고, 적도기니, 가봉,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여타 아프리카 OPEC 회원국의 이탈 조짐은 보이지 않으며 앙골라의 OPEC 탈퇴 발표 이후 나이지리아와 콩고 관련 당국자들은 OPEC 내에서 협력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기구와 거버넌스 구조에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려는 흐름 속에서 앙골라의 탈퇴가 OPEC의 위상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Ariel Cohen 국제조세투자센터 에너지·성장·안보 프로그램 책임자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구조조정 패키지 개혁 등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려를 다루고자 노력한 데 비해 OPEC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순응하도록 회유하고 강요해 왔다”며 “여타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앙골라의 길을 따라갈지는 원유 생산 주권을 회복한 앙골라가 얼마나 성공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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