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자재 여권(Material passport)과 순환 건축물 - 건물, 짓는다면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E·D칼럼] 자재 여권(Material passport)과 순환 건축물 - 건물, 짓는다면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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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0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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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홍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 이노베이션 담당관

최근 건설 원자재 값 상승과 친환경, 탄소중립 등의 이유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도시광산업(Urban mining)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광산업은 철거된 건축물의 폐건축자재를 재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핵심은 재활용 가능한 자재를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물이 어떤 자재로 만들어졌는지 세부정보를 알 수 없어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자재 여권(Material passport)'이다.

일반적인 여권이 개인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자재 여권은 건축물의 정체성에 대한 전반적은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데이터 세트의 형태로 제공되는 이러한 기록은 건축물에 어떤 자재, 제품, 구성 요소가 들어가는지 정확하게 기록하여 건축물 수명이 다했을 때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훨씬 쉽게 회수하고 철거 또는 리모델링 중에 이러한 자재가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것을 방지한다.

자재 여권의 공통점은 슈퍼마켓에 있는 식품 병의 영양 성분표처럼 해당 건축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식품 라벨과 달리 자재 여권에는 건축물의 '재료'만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상적으로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자재와 그 자재의 원산지, 공급처, 시공 후 현재 상태 및 마모 상태, 실시간 시장 가격, 관련 환경 영향 등 자재의 이동 경로도 표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수준의 세부 정보를 통해 소유주와 지자체는 건물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점점 더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유형의 자재 여권이 개발되었다. 간단하게는 엑셀 파일부터 건물의 상세한 3D 모델 또는 정보를 보호하는 분산형 블록체인 기반에 이르기까지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재 여권 이론은 이미 현장에 적용되어 그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유럽 7개국 15개 파트너가 EU의 지원을 받아 협력하는 BAMB(Buildings As Material Banks) 프로젝트는 독일 에센의 새 오피스 빌딩을 비롯한 자재 여권을 활용한 다양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하지만 자재 여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각 국가 및 기업마다 자재 여권의 형태가 제각각이며, 표준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이러한 차이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한 중요한 데이터의 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과 같은 정보 검증 방법이 필요하며, 공유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산업계의 지속적인 협력과 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건축물의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은 2030년까지 건물 부문의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32.8%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배출량을 0%로 줄이는 넷제로 달성 목표를 세웠다. 또한 한국 정부는 최근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건축 입주 목표시기를 2030년으로 제시하며 이를 위해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고도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절차를 정비 중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주택공급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기 위해 한국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 시점에 자재 여권이 지속가능한 건설 산업 발전의 영감이 되었기를 바란다.

※ 칼럼의 내용은 주한덴마크대사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김미홍 선임 이노베이션 담당관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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