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의 도래, 위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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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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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

▲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이제는 고유가시대로 진입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에서는 석유 위기론이나 유가 100달러 급등 가능성 등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수십 년 내에 석유자원의 고갈이 임박했다는 주장마저 거론되면서 위기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의 유가급등에는 거품요인들이 상당히 많이 반영돼 있어서 거품이 사라지면 과거의 저유가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다분히 희망적인 기대를 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최근 상황) 좀 더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년의 유가급등 사태가 과거와는 어떻게 다르고 어떤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1973년 및 1980년의 두 차례 석유 위기 당시의 유가 급등 속도는 매우 빨랐다.

1차 석유 위기는 2~3달러대의 유가가 단기간에 11달러대로 3배 이상 급등 했고 2차 석유위기 당시도 13달러대 유가가 단기간에 4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급등은 연초보다 최대 40%급등 한데 불과하다.  또, 가격수준면에서 최근의 가격은 8월19일 41달러를 넘어섰는데 이것은 2차 석유위기시의 가격수준(1980년 11월 24일 42.25불)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목가격 기준의 비교일 뿐이다.

25년 전의 가격과 현재의 가격 수준을 명목가격 기준으로 비교하는 데는 많은 무리가 있다. 인플레 등을 고려한 불변 가격기준으로 살펴보면 현재의 가격수준은 2차 석유위기 시의 절반수준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석유위기는 역사적으로 시장여건의 악화이외에도 정치적인 사건에 의한 대규모 공급차질이 수반됐을 때 발생했고 또 대응 능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1차 석유 위기 시는 아랍권의 금수에 의한 공급차질, 2차 석유 위기 시는 이란 회교혁명 및 이란-이라크 전쟁 등에 의한 실질적인 대규모 공급차질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급등사태는 공급차질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2차 석유 위기 시와는 달리 당장의 공급확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또, 대응능력측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 석유 위기 후 소비국들은 위기대응능력을 증대시켜왔다.

OECD선진국들은 현재 수입기준 111일분의 비축원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13일분의 비축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공급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2차석유위기 때와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석유재고가 낮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위기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지난 수년간 IT기술의 눈부신 발전 및 코스트 절감동기에 의해 민간 석유사들이 최소 재고 보유 전략(JUST IN TIME)을 채택하면서 민간운영재고가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정부 부문 비축 재고는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다. 특히 금년 들어서는 재고수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6월 이후 OPEC이 대규모 증산을 하면서 민간부문재고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재고상황이 결코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국제유가가 80달러내지 100달러까지도 급등할 수 있다는 성급한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전제조건을 잘 살펴보는 일이다.  현재 시장이 수요급증 및 OPEC 여유 생산능력 제약 등으로 시장여건이 매우 타이트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 하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시장 구조적으로 80~100달러의 유가가 계속 지속되기도 어렵다.

대규모 공급차질로 일시적인 급등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그 유가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소비국은 물론 산유국도 동의하지 않는 유가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석유산업에도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유가도 등락을 거듭하는 순환 사이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유가가 과도하게 급등하게 되면 소비가 줄고 석유 공급은 늘어나고 유가는 급락하게 된다.

산유국들도 선호하지 않는 패턴이다.  산유국입장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속도나 수준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그 파장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금년도 유가전망의 부정확성에 대한 질타의 소리가 높다. 그러나 “유가 100달러 상승 가능”같은 무책임한 주장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지난 걸프 사태 시에도 100달러론이 나온 적이 있다.

그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좋지만 다분히 관심을 끌어 보려는 얄팍한 상술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100달러에 대비해 계획이 수립되고 모든 자원이 배분됐다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겠는가?

석유시장은 구조적으로 공급불안요인을 안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등장한 것이 국가 비축유제도다.

2차 위기 후 우리도 비축유를 꾸준히 증강시켜와 이제는 다른 선진국 평균 수준이상의 대응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대규모 테러와 공급차질을 우려하지만 3~4개월 정도의 공급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태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오늘 당장 전 세계 석유 공급이 중단된다는 아주 비 현실적인 가정을 제외하면 실제 일부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의 지속 능력은 이보다 더욱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석유자원 고갈론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확인매장량을 전년도 생산량으로 나눈 가채년수를 기준으로 석유는 30~40년내에 고갈될 것이 분명하고 때문에 탈석유 정책을 급히 서둘러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얼핏 보면 일리 있는 이야기 같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잘못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과 경제적 여건으로 채굴 가능한 매장량 개념이 확인 매장량이다.  그러나, 유전의 매장량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기존 유전에 대한 추가개발, 개발기술의 발달에 따른 회수 증대 등으로 추가적으로 증대될 수 있는 물량이 빠져 있다.  또, 석유회사들이 신규유전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빠져 있다.

미국 지질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실제 가채 년수는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美 에너지 정보청도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의 생산량은 수요의 증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대해 2050년경에 피크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50년에 고갈된다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피크가 온다는 것이다.

석유산업에 작용·반작용 법칙 적용, 등락 사이클
유전 매장량, 회수 증대 등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전문기관들도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를 충족할 만큼 공급은 충분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마치 자원의 고갈에 따라 10~20년 내에 고유가가 온다는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공급 잠재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시기에 따라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해 생산 능력이 제약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전문기관들은 최근 에너지전망에서 향후 25~30년간 석유비중은 40%내외로 현재와 거의 변화가 없이 주종에너지의 위치를 지켜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의 비중이 조금 높아지겠지만 이는 석탄의 감소에 기인하며 나머지 기타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8%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변화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과거에 그래왔듯이 유가 변동 사이클의 한 부분에 불과한 일과성 현상인지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금년 유가 급등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수요 급증이나 OPEC의 고유가 정책, 생산능력제약 등의 구조적인 요인 외에도 이라크, 러시아, 베네수엘라, 사우디등 대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 및 테러 위협 등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감(Geopolitical Premium)이 크게 작용했다.

또, 여기에 낮은 이자율 지속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기자금들이 원유 등 상품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유가상승을 과도하게 가속화 시킨 측면이 크다.

정정 불안 문제나 투기수요로 인한 유가 급등 분은 단기적인 성격으로써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수 있는 부분이다.

8월 한 때 두바이유는 41.27달러까지 상승했지만, 5~10달러 정도는 이러한 거품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품요인이외에 구조적인 상승요인도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경기회복을 배경으로 미국 등 선진국의 수요 급증 및 중국 수요 급증을 들 수 있다.

금년수요증가율은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30년이래 최고 수준이며 정상적인 수요증가율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론 금년과 같은 폭발적인 수요증대추세가 계속되기는 어렵겠지만 세계경제가 견조한 성장세(3%이상)를 유지해 간다면 향후 석유 소비도 2%내외의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것이 대부분 기관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수요증대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 및 앙골라 등 비 OPEC산유국들의 생산도 계속 증대하겠지만 증대 폭은 수요 증대 폭에 못 미치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수요 증대 분은 OPEC이 공급해야하며 결국 OPEC의 시장점유율과 시장통제력은 증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더구나 영향력이 증가하는 OPEC은 이제는 공공연히 유가밴드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의 결제통화인 달러화의 상대적 약세에 따라 석유수출국들의 실질구매력이 감소하게 되자 OPEC도 이제는 유가문제에 상당히 공격적이 됐다는 점이다.

더구나, OPEC의 공급능력증대투자는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저유가시대와 99년이후 감산 정책을 거치면서 매우 지지부진했고 생산능력증대는 앞으로도 수요증대를 크게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수요의 지속적인 증대 및 공급능력증대의 제약으로 OPEC시장통제 환경은 매우 유리하게 전개되고 여기에 OPEC도 자국재원확보 및 실질구매력 보전 동기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고유가정책을 선호한다는 점은 구조적인 유가상승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40달러대 유가에는 상당한 거품이 포함돼 있고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시장의 구조적변화로 인한 상승요인도 작용하고 있어 30달러 이하로의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중장기적으로 30달러대 초반(두바이기준 30~35달러)의 고유가 지속이 불가피 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중장기적으로도 1980~1990년대의 10달러대나 20달러대 유가로 복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30달러대의 유가 시대에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

석유 위기가 온다 혹은 유가가 100달러까지 급등한다, 석유자원고갈이 임박했다는 등 설익은 주장에 현혹돼 법석을 떤다고 실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계획 하에 수립된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해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길이다.

특히, 세계 에너지 공급구조를 조망해보면 우리의 선호에 관계없이 앞으로 최소한 수십년간은 석유시대를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석유공급확보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는가도 자명해진다.

이미 일본이나 중국의 치열한 자원 확보 움직임은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는 상식이 돼 버렸다.  또 석유확보전략과 관련해서는 개발주체의 육성문제를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와 여건이 유사한 성공한 소비국의 케이스로는 일본보다는 이태리나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자급율이 11%에 이른다지만 중동의 몇 개 프로젝트 성공을 제외하면, 매우 빈약하고 투자비에 대비한 성과 측면에서는 우리보다도 뒤지는 형편이다.

이태리나 프랑스의 경우도 19세기부터 개발에 참여한 미국이나 영국, 네덜란드에 비해서는 석유개발의 후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국영 석유사를 집중 육성해 MAJOR급의 경쟁력있는 석유사로 키운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프랑스의 TotalElfFina의 지분 생산량이나 이태리 ENI의 지분생산량이 자국의 소비량에 육박한다는 점은 우리의 접근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후발주자로서 국제경쟁을 할 수 있는 규모와 자금과 기술력을 갖춘 주체를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문제는 민간부문의 단순한 상업적 접근만으로는 어려우며 장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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