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상반기 상용운전 돌입 준비중
2008년 상반기 상용운전 돌입 준비중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07.01.22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접 유도가열식 저온용융로 개발… 안전성·경제성 향상
美·日 등 기술도입 위한 타당성 분석… 기술수출 가능성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유리화 기술' 어디까지 왔나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기술원(원장 김옥경)은 울진원자력본부 제3발전소 1층 강당에서 국내외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리화 상용설비 건설시공 착수행사를 가졌다.
2002년 9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유리화 상용설비 건설 사업을 시작한 이래 약 46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로 우리 원자력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뜻깊은 행사였다.
국내에 설치될 유리화 상용설비의 운전 효율과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들이 추가로 개발되는 것이란 점, 또 우리나라의 방사성폐기물 관련 기술력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라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올해 건설이 완료될 예정인 유리화 설비 및 기술의 현 단계를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


유리화 기술이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리. 하지만 우리는 그 유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유리는 지구가 형성되면서부터 흑요석(Obsidian)과 같은 천연유리가 생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류가 유리를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약 5000년 전부터이고, 이후 유리는 귀중한 예술품이나 값진 장식물로 애용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낙랑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된 유리구슬과 귀 장식유리 등이 고대 유리의 시초로 보고 있다.

유리는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정의들을 갖고 있지만,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응용되는 유리는 '고온에서 용융되는 액체상태의 무기물이 과냉각되면서 형성되고, 원자들의 구조가 짧은 거리의 규칙을 가진 강한 삼차원적 결합의 망목구조(network structure)를 지니는 물질'로 정의된다.

이와 관련 유리화 기술은 중금속 및 방사성 핵종들과 같은 유해한 물질들을 일반적인 유리구조에 가둬 환경에 누출되지 않도록 영구적으로 격리시키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방사성폐기물 처리기술인 시멘트고화나 폴리머고화 기술이 방사성 핵종들을 물리적으로 가두어 두는 기술인데 반해 유리화는 분자들간의 상호 화학적 결합을 이루도록 하는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유리화는 다른 기술에 비해 우수한 물리·화학적 내구성을 제공하게 되며, 폐기물의 높은 감용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자연적인 유리 및 주기율표상의 모든 원소를 유리 속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부터 출발, 방사성폐기물을 유리 속에 용융시킨 다음 철제용기에 부어 중간 저장소나 영구처분장에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

처분장에 처분된 유리고화체는 100만년 가량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설령 유리고화체가 처분장에서 나쁜 조건에 직접 노출된다 할지라도 유리고화체 속에 갇힌 방사성 물질은 환경으로의 노출이 거의 없다. 이는 가장 안전한 처분장 운영이 가능하는 뜻이기도 하다.

관심사인 Cs-137과 Co-60 등의 방사성원소들 역시 수백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면 그 이후에는 방사능 방출 능력이 현저히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대덕 연구단지내 원자력발전기술원 유리화 실증설비 전경



해외 중·저준위 기술 현황은

유리화 기술을 이용해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1950년대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부문에서 출발, 1990년대부터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에도 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준위와 중·저준위 유리화는 처리대상 폐기물의 종류, 발생량, 화학적 조성 등이 다르지만 고준위 관련 기술을 중·저준위에도 응용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1990년대에 여러 가지 용융로 시스템을 이용, Hanford 고준위 폐기물의 상등액 중에서 Cs와 Tc를 제올라이트로 흡착한 후 고준위 폐기물과 다시합하고 남은 저방사성폐기물 유리화를 위해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대표적으로는 1994년 Hanford의 저방사성폐기물 유리화를 위해 7개 연구기관(Envitco, Vectra, PEI, Duratek, USBM, WSTC, B&W)에 연구개발을 경쟁케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9년까지 고준위폐기물과 함께 유리화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중 B&W(Babcock & Wilcox)社의 경우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사이클론 연소방식의 용융로를 채택했고, WSTC(Westinghouse Science and Technology Center)의 경우에는 플라즈마 토치 큐폴라 용융로를 사용했다.

Envitco社는 용융로의 몸체가 수냉각을 방지하기 위해 용융로 내벽에 스컬(skull)이 형성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전극으로는 몰리브데넘을 사용했다. VECTRA社의 경우에는 수냉각식 세라믹 저온 용융로를 개발해 Hanford 저방사성 폐기물은 물론 원전에서 발생하는 가연성폐기물, 건조폐기물(붕산농축폐액), 이온교환수지 등을 직접 투입해 연소와 열분해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사업과는 별도로 1994년초 미국 SEG는 기존의 소각로안에 전극 가열식 용융로를 설치, 시간당 76kg의 중·저준위 폐기물인 가연성폐기물과 폐수지 등을 처리했다.

아울러 Retech은 회전형 플라즈마 설비를 제작, 미국내 일부 및 프랑스와 스위스 등에 설비를 공급, 산업폐기물을 비롯한 일부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 유리화기술의 현 단계

우리나라의 중·저준위폐기물 관련 유리화기술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한수원 원자력발전기술원(구 원자력환경기술원).

원자력발전기술원은 지난 1994년 11월부터 1년 동안 수행된 타당성 연구를 통해 가연성 폐기물은 유도가열식 저온로로, 비가연성 폐기물은 플라즈마토치 용융로로 처리하는 독자적인 복합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 국내 및 미국에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

1997년 9월부터는 프랑스 SGN 및 현대모비스와 공동으로 약 800만달러를 투자해 유리화 실증설비를 개발, 1999년 7월 대덕연구단지 내에 건설했고 1999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실증시험에 착수에 돌입해 2002년 8월까지 약 90여회의 장·단기 시험을 거쳤다.

원자력발전기술원이 그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시스템은 프랑스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유리화에 이용했던 간접 유도가열식 고온용융로(hot crucible melter)를 개선한 직접 유도가열식 저온용융로(cold crucible melter, CCM)다.


 

▲ 지난해 7월6일 울진원자력본부에서 거행된 유리화설비 시공 착수식 모습


이 설비는 올해 하반기 중 건설을 완료하고 성능시험을 거쳐 인허가를 받은 후 2008년 상반기부터 상용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원자력발전기술원 관계자는 "2006년 11월 현재 울진원자력 제3발전소 폐기물처리건물(RWB)내에 유리화 상용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코크리트 구조물 설치가 진행 중"이라며 "이 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협력과제(TCP)로 선정돼 지원을 받음은 물론 미국,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관심을 갖고 기술도입을 위한 타당성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유도가열식 저온용융로는 용융로 주변을 유도전류자(inductor)가 감고 있다. 만일 고주파발생기로부터 유도전류자에 고주파 교류전류를 흘려보내면 전자기파가 발생되고, 이는 저온용융로내에 유도전류를 형성하며 유도전류는 용융물에 주울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또 콘크리트, 토양, 철재류 등의 비가연성폐기물을 고온으로 녹여 안정화시키기 위해 플라즈마 토치용융로를 유리화 실증설비 건물내에 설치했다. 플라즈마 토치란 두 전극 사이에 고전류를 흘려 아크를 생성시키면서 질소 가스를 흘려 보내 가스를 플라즈마 상태로 전환시켜 고온의 화염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뜻한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함유돼 있는 조성들을 분석해 가연성폐기물인 경우 종류별(폐수지, 가연성잡고체 등)로 안전성과 감용효과가 우수한 최적의 유리조성(RG-1, MG-1, DG-1, AG8W1, AG8W2)을 개발했다"면서 "유리의 침출률을 평가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부 PCT(product consistency test) 방법에 따라 유리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원소들에 대한 침출률을 분석한 결과 미국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유리화에 활용되고 있는 표준유리(SRL-EA)보다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안정성 확보 기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되고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그동안 소각이나 드럼에 저장해 처분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소각처리 방식은 점차 금지되고 있으며, 처분장 건설을 통한 매립 역시 폐기물 부피당 처분비용의 상승 및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감용효과를 높이면서 처분 안정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리화 기술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세계 각국들이 상용화와 직결되는 기술개발 성과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난제들을 극복하고 상용운전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기술원이 기술개발 과정을 통해 자체 개발한 유리는 방사성폐기물에 함유돼 있는 모든 무기원소들을 상호 화학적으로 결합하게 될 뿐만 아니라 100만년 이상 물리·화학적으로 내구성이 뛰어난 고화체가 된다는 것이 검증된 상태다.

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300년 정도 관리하면 방사능이 자연 방사능 수준의 일반폐기물과 동일하게 되기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을 유리화 방안은 일반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인 것이다.

원자력발전기술원 관계자는 "유리화 상용설비 건설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돼 국내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도입되면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이 획기적으로 감소,영구 처분장의 사용 기간을 10배 가량 늘릴 수 있어 괸련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유리고화체는 고화체가 지하수와 접촉했을 때 방사성 핵종이 빠져 나오는 속도가 10~100배 가량 작아지기 때문에 안전성 향상 뿐만 아니라 해외로의 관련 기술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