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알뜰주유소, 기약 없는 대치 언제까지?
<분석>알뜰주유소, 기약 없는 대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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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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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도입 입장 확고…정유3사 형평성 침해

정부가 높은 기름값의 주범인 정유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알뜰주유소’라는 날 선 칼을 빼들었으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정유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알뜰주유소도입으로 기름값 인하라는 카드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터라 기약 없는 대치상태에 들어선 상태다.

22일로 예정됐던 재입찰 날짜마저 미뤄지면서 12월 중 알뜰주유소를 열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15일에 있었던 첫 입찰 때는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3사가 써낸 석유제품 공급 가격이 정부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결국 유찰됐다.

정유업계는 ‘인하여력 부족’, ‘일선 주유소들에 대한 형평성 침해’라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0원의 인하여력이 없다는 정유업계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름값 인하를 충분히 하고도 남을 만큼 호실적을 거두고 있을뿐더러 실제로 원가공개를 하지 않는 이상 정유업계의 말을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말 각각 발표된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SK에너지의 모회사격인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대폭 상승한 실적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8619억원으로 지난 분기(4,518억원)에 비해서는 90.8%, 지난해 같은 기간(3,950억원)과 비교하면 118.2% 증가했다.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의 영업이익도 2539억원으로 전분기(971억원)에 비해 대폭 늘었다.

S-Oil도 36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 분기(2,416억원)와 지난해 같은 기간(1,998억원)보다 각각 52.7%, 84.7% 개선된 수치를 기록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L당 100원 인하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2분기와 비교해 조금 나아졌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면 또다시 나빠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당초 2분기 실적악화에 기름값 인하가 끼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유업계 총매출 중 휘발유 내수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한 터라 전체 영업이익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국제유가상승으로 인한 정제마진 급증으로 최대 실적을 거둔 1분기와 비교한 탓에 2분기 실적이 떨어져 보였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따라 알뜰주유소 도입계획에 난색을 보인 정유업계를 대상으로 원가공개 논란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인하여력이 없다고 말만 하지 말고 속 시원히 원가를 공개하면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정유업계는 그동안 계속됐던 시민단체의 원가공개 요구에 산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해왔다.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벙커C유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 데다 그때마다 생산되는 비율도 달라 원가추산이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미 세전가격이 형성돼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원가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영업이익률이 적기 때문에 인하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려면 원가공개를 통해 L당 얼마만큼의 마진을 얻고 있는지 근거를 대라는 것이다.

정유3사가 알뜰주유소 설치에 대해 반박근거로 내세우는 또 하나의 큰 원인은 형평성 부족으로 인한 일선 주유소들의 반발이다. 정부 측의 요구대로 알뜰주유소에만 40~50원 낮춘 가격으로 공급하면 자영주유소들이 도산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내용이다.

알뜰주유소 논란이 불거지자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자영주유소협의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정유사들이 자사 상표를 사용하는 일선 주유소보다 알뜰주유소에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거래관계를 무시하고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확인결과 30원 가량 저렴한 농협주유소 근처에서 이미 영업 중인 상당수의 일선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 설치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자영주유소 운영사업자는 불과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저렴한 농협주유소가 생겼지만 영업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알뜰주유소 추진을 향한 정부의 의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첫 유찰 이후 재입찰 계획마저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업계 내외에서는 “정부가 두세 번 물밑 접촉을 통한 가격조정마저 실패한 이후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미심장한 소문이 돌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정유업계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있지 않겠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진행했던 ‘L당 100원 인하안’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을 알뜰주유소 설립으로 만회하려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번에 정유업계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결국 논란의 중심이 유류세로 옮겨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정부 측의 강한 압박이 예상되는 이유다. 정부로서도 전체 세수의 10%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부가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페널티를 준비 중”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어 나머지 정유3사로서는 이번 입찰이 더욱 부담되는 실정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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