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유사석유 근절대책은 없나
<분석>유사석유 근절대책은 없나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1.12.3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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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상승에 마진 감소..탈세·유사석유 판매 유혹
치열한 경쟁 원인…가격 안정화위한 근본적 대책필요

최근 원유값 상승이 주유소 매출 감소, 자가 주유소에서 임대 주유소로의 전환, 유사석유 판매 유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사 석유 판매로 탈루세액이 연평균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정유 가격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관련 업계는 지적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유가격 인상, 주유소 간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주유소 업체의 마진율은 0.6%까지 떨어졌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유소 마진율은 9∼10%를 유지하다 최근 몇 년 사이 3∼4%까지 떨어졌다. 결국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주유소 임대업자로 돌아서거나 주유소를 매물로 내놓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자가 주유소 운영이 임대 쪽으로 변화면서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주변 경쟁 주유소보다 1원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주유소 업체들의 수익성은 안 좋아진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유사 석유라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유사 석유 유통으로 발생한 탈루세액이 연평균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지식경제부가 한국석유관리원을 통해 용역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지난 2005∼2009년) 유사 석유제품 유통량은 3041만1012㎘로 이에 따른 탈루세액은 6조8695억원으로 추산됐다.

정품 판매업자보다 마진이 11배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강승철)이 지난해 상반기 정유사와 주유소, 일반판매소 등 1만8220업소의 석유제품 품질검사를 한 결과 비정상 333업소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된 주유소가 218개. 1회 적발이 191업소, 2회는 25업소, 3회 적발도 2곳이나 되었다.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유사석유 판매로 적발된 곳은 9785곳으로 1만여곳에 가깝다. 주유소의 경우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 적발 건수는 2009년 772건에서 2010년 1191건으로 대폭 늘었다.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6월 원료공급부터 제조·판매까지 무려 70여명이 연루된 사상 최대규모의 유사석유 유통조직을 적발했다. 대구지방경찰청과 함께 특별단속을 벌이는 중에 조직적으로 유사석유를 유통시키는 정황을 포착, 잠복근무 등 합동작전을 벌인 결과 유사석유 원료를 공급한 자와 이를 알선한 자, 제조자, 판매자, 그리고 시설임대업까지 모든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조사결과 용제공급자 김모씨 등 5명은 용제를 무자료로 제조업자들에게 공급·알선하고 제조업자 서모씨 등 18명은 경북 영천과 경산, 경주 등지에 유사석유 공장을 만든 뒤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로 등록하고 용제공급업자를 통해 공급받은 솔벤트, 톨루엔 등을 섞어 유사석유 535만ℓ(시가 102억원 상당)를 만들어 유통시켜 왔다. 또 서모씨 등 31명은 영남 및 동해안 지역의 한적한 곳에 점포를 임대하거나 천막을 치고 유사석유를 판매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끊임없이 유사석유를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돈에 있다. 기름값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유류세를 착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석유 판매업자들은 인근 다른 주유소보다 기름을 조금 싼 가격에 팔면서도 훨씬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보통 휘발유 1ℓ에 2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이 중 50%인 1000원 정도가 유류세이고 나머지 1000원에서 제품가격, 인건비, 운영비 등을 제외한 마진을 계산하게 된다. 하지만 유사석유 취급업자는 원가가 리터당 1000원이 안 되는 유사석유 제품을 정품가격인 리터당 2000원에 팔고서 유류세를 포함해 1000원이 넘는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 주유소 판매마진이 4%인 것을 감안하면 유사석유는 정품보다 11배 이상의 마진을 챙기는 것이다.
이는 경쟁업소가 늘어 마진이 박해진 주유소들에게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더구나 폐업할 때도 시설물 철거는 물론 기름저장으로 오염된 토양복원까지 책임져야 하는 데에 1억500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도 없는 주유소업자들이 궁여지책으로 유사석유를 취급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수명 감축, 주행중 폭발위험

유사석유는 정상적인 휘발유나 경유에 가격이 저렴한 용제나 등유를 섞어 만든 제품을 말한다. 전문기술 없이도 손쉽게 제조가 가능한 것도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파는 사람도, 알고서 사는 사람도 저렴한 가격의 유혹에 끌리기 때문이지만 유사석유는 차량에 무리를 주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치명상을 초래한다.
우선 유사석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자동차 엔진의 수명이 줄어든다. 유사 휘발유에는 용제 50%와 톨루엔 15%, 메탄올 35%가 들어있는데 이 성분이 인젝터 등 연료공급장치의 부식을 일으킨다. 그러면 연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엔진 기능이 저하되고 주행 중에 엔진이 멈추기도 하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연비까지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사휘발유를 넣으면 공인연비가 약 7%, 실주행연비는 약 18%까지 감소한다. 따라서 정상휘발유보다 싼 가격에 주입했어도 이득을 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함께 인명사고까지 초래한다. 실제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과 화성의 주유소에서 유사석유 유증기 폭발이 원인이 된 화재가 일어나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이어 10월엔 경기도 안산시 주택가에서 소형 승용차에 유사휘발유를 싣고 온 한 판매업자가 다른 차량에 주유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해당 승용차가 전소하고 골목길에 주차된 자동차 3대에도 불이 옮겨붙은 일이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행 중인 차량의 폭발 가능성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부식을 일으키는 유사석유는 차량 연료라인에 있는 고무제품까지 손상시킨다. 고무가 부식해서 갈라지면 그 틈으로 연료가 샐 수 있는데 배기관에 접촉해 자칫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유사휘발유를 계속해서 넣어 연료펌프가 완전히 망가지면 주행 중에 연료공급이 안 돼 갑자기 차가 멈출 수 있다.
유사석유는 발암성 물질이 함유된 배기가스와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배출시켜 인체에 상당한 위협을 준다. 한국석유관리원 실험결과를 보면 유사휘발유를 사용했을 경우 정상휘발유보다 벤젠, 자일렌,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의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이 A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벤젠은 무려 450%나 증가했다. 벤젠은 인체에 장시간 노출되면 백혈병과 임파암, 혈액암을 일으킬 수 있다.
유사경유는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유해배기가스가 정상경유에 비해 배출량이 높았고 특히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의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미세입자의 배출량은 63배나 증가했다. 미세입자가 폐로 들어가면 심장 질환과 기관지염, 천식 등을 유발한다.

국가 재정 악영향…탈루규모 1조~4조원대

유사석유는 국가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유사석유는 2002년 세녹스 파동 이후 범람하기 시작해 2003~2009년 7년간 유사석유로 인한 탈루세액이 11조4670억원에 이른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공개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유사석유제품 유통량은 3041만1012㎘이며 이로 인한 탈루세액은 6조8695억원으로 추산됐다.
정부 자료만 보면 유사석유로 인해 새어나가는 세금이 연간 1조6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유사휘발유의 원료가 되는 용제 판매량의 변화추이를 근거로 산출할 때 이 정도 규모가 나온다. 하지만 주유소가 추산하는 금액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한진우 회장은 유사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이 연간 4조원대라고 주장한다. 2004년 기준 국세청과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의 단속결과로 확인된 해상유 불법 유통량이 약 100만㎘에 달했던 사실을 토대로 사회범죄 단속률이 일반적으로 10%에 해당된다는 통계를 적용하면 해상유 불법유통으로 인한 탈루세액이 연간 3조원대다. 지난해 7월 폐지됐지만 유사경유 주요원료가 되었던 보일러등유의 불법 전용으로 인한 탈루 규모도 연간 2400억원이 넘었다. 여기에 용제판매량 등을 감안하면 유사석유 탈루세액은 4조원대가 넘는다는 것이다.
1조원과 4조원의 차이는 크지만 세금탈루 규모가 최소한 1조원이 넘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사석유 근절대책은 없나

유사석유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사석유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비밀탱크, 원격조정장치 등을 이용한 악의적인 유사석유 취급자는 한 번 적발로도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하고 단순 취급자는 기존 5000만원의 과징금을 1억원으로 올려 부과하도록 했다. 과징금만 부과하게 하고 3번의 기회를 줬던 것에 비하면 단 1회 적발에도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것은 강경책이다. 과징금 규모도 5000만원이면 납부하고서 유사석유를 다시 판매하면 금세 국고에 낸 만큼을 벌어들일 수 있었지만 1억원이 넘어가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재범예방의 실효성은 있다는 평가다. 또 오피넷에만 알려 접근성이 다소 부족했던 유사석유 적발업소를 사업장에 직접 게시토록 해 소비자들이 즉시 알아보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한국석유관리원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돌며 차량 연료의 가짜 여부를 분석해주는 ‘찾아 가는 자동차연료 무상분석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운전자가 자가 차량의 연료 분석을 의뢰하면 석유관리원 검사원이 연료를 뽑아 현장에 설치된 이동시험실에서 분석해 바로 확인해주는 서비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가짜 연료로 판명되면 역추적해서 판매자를 찾아내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면서 “최근 일어난 가짜석유 사고들로 불안해하는 운전자들이 많아 직원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이번 서비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지난해 10월 솔벤트, 톨루엔 등 유사석유 용제에 리터당 519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되 정상사용분은 사후환급하는 내용의 유사용제 과세방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는 유사석유 취급의 이유가 되는 세금을 유사석유에도 부과해 가격경쟁력을 없앤다는 취지여서 정유사들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책 시행 후 들어갈 막대한 행정비용 때문에 사실상 국회통과는 어려운 형편이다. 솔벤트 등을 정상사용하고 있는 페인트 공장, 세탁소 등에는 일일이 세금을 거뒀다가 나중에 환급하려면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세탁소 영업자, 페인트 생산업자 등에게 일시적인 자금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국 세탁소가 3만5000개인데 소규모 업자에게 나중에 영수증을 첨부해 환급받으라는 정책은 집행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사석유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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