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국민 절전 참여, 더 이상 듣기 싫다
[기자수첩] 대국민 절전 참여, 더 이상 듣기 싫다
  • 최일관 기자
  • apple@energydaily.co.kr
  • 승인 2013.08.16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12~14일 대한민국이 전력수급 때문에 몸살을 앓은 3일간이었다.

그 이전부터 부족한 전력 때문에 문제가 있어 왔으나 정부는 이 3일간을 가장 위험한 기간으로 전망하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대국민 ‘에너지절감쇼’를 펼쳤다.

각종 대국민 절전홍보캠페인에 이어 관계 기관장이 직접 출동한 상가건물 에너지 단속 등 더운날씨에 정말 고생들이 많았다. 다행히 우려하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2일 1차 위기를 극복한데 이어 14일 오후 6시를 기해 전력수급 긴급상황을 해지했다,

지난 2주간은 전국이 찜통 더위에 시달렸다. 안 그래도 불안한 전력수급인데 날씨까지 도와주니(?) 그야말로 전력수급 관계당국은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가장 불안한 시기를 앞두고 당진화력 3호기가 지난 11일 밤 10시34분경 고장으로 가동이 정지됐다. 동서발전측에 따르면 저압터빈 블레이드의 절손에 의한 진동 상승으로 터빈이 정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서천화력 2호기도 지난 12일 오전 7시경 해수순환펌프(CWP) 고장으로 일시 정지했다가 약 한 시간만인 오전 8시경 재가동돼 전력수급계통에 다시 병입됐다.

매년 불안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가 몇몇 원자력발전소의 정지 때문에 더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민감한 시기에 화력발전소들도 고장과 재가동을 반복해 관계당국을 초초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당초 12일부터 14일까지 전력수급 상황이 주의단계(예비력 300만kW 미만)나 경계단계(예비력 200만kW 미만)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가정, 산업계 등 민간의 자발적인 절전 노력과 공공기관의 신속한 절전 이행으로 예비력이 400만kW 이상의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절전 노력과 함께 각 부문의 절전참여도 빛이 났다. 건물, 상가, 산업계 등 너나할 것 없이 발벗고 나섰다.

이런 여러 노력의 결과로 14일 오후 6시를 기해 전력수급 긴급 상황이 해제되면서 8월16일부터 공공기관은 오후 전력피크 시간대(2시∼5시)에 30분 단위로 냉방기 순차운휴를 시행하게 된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지옥훈련을 한 공공기관 근무자들에게는 8월15일 광복절이 또 다른 의미의 광복절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매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 7~8월쯤되면 전력수급이 불안하다면서 관계부처 장관이 TV에서 국민들에게 에너지절약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 이번 위기도 국민들의 절전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국가 위기상황에 힘을 발휘한다. 지난 98년 IMF때 금모으기 운동만 봐도 그 저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전력수급 위기를 그나마 무사히 잘 넘긴 것도 국민들의 그것일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내년 여름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당장 올 겨울은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든다.

이제는 국민들의 허리띠에만 매달리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만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이전에 정부의 계획이 먼저다.

에너지소비가 증가할수록 그에 걸맞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은 정부의 전력수급에 대한 단순한 계산이 이런 사태를 빚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신분이 신분인지라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사우나같은 사무실에서 선풍기, 부채로 연명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본인들의 과실을 책임져달라는 것은 아무리 눈물로 호소를 해도 더 이상 듣지도 보지도 않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