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역사상 첫 유럽 지역 원자력 기술 수출
[해설] 역사상 첫 유럽 지역 원자력 기술 수출
  • 김익수 기자
  • trema100@naver.com
  • 승인 2014.06.2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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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유럽의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 국제 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원자력 기술수출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네덜란드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델프트 공대 연구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사업(OYSTER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

이 사업은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현재 운영 중인 연구로의 열출력 증강(2MW→3MW)을 위한 시설개조 및 냉중성자 연구설비 구축을 2017년 말까지 완료하는 것이다. 계약금액은 약 1900만유로(약 26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제입찰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자력 기업인 AREVA(프랑스)와 NUKEM(독일)-NIEKET(러시아) 컨소시엄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성공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우리나라는 ▲하나로(30MWt) 자력설계·건조·운영(1995년) ▲UAE 상용원전(1400MWt) 수출(2009년) ▲요르단연구로 시스템(5MWt) 일괄수출 달성(2009년) ▲수출용 신형 연구로(20MWt급) 구축 착수(2012년~)를 비롯해, 2009년 태국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 2012년 말레이시아 연구용 원자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추진 등 꾸준히 기술확보 및 수출을 진행해 왔으나, 원자력 기술수출 대상국은 중동·동남아 등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업수주는 프랑스 ILL, 독일 FRM-2 등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로가 존재하는 유럽지역에 국산 연구로 기술 수출에 성공함으로써, 국내 원자력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한 셈이다.

더구나 유럽시장에서 글로벌 원자력기업을 제쳤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의 우수성과 수출경쟁력을 국제무대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은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업의 냉중성자 설비분야는 정부차원의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후 이 기술을 다시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 R&D 투자 선순환 구조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냉중성자 설비는 미래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3년 7월부터 7년여에 걸쳐 396억원을 투입해 하나로 연구로에 추가 구축한 모델이 기본이 된 것으로, 2011년 냉중성자 설비의 본격 가동을 통한 운영성과와 우수한 기술력을 이번 입찰과정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냉중성자는 ×-선이나 레이저와 달리 살아있는 세포 생체물질을 파괴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어 신약개발 등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개발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최고의 강점은 국내 하나로연구로 자력설계·운영,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추진 과정에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UAE 원전 및 요르단 연구로 건설 사업 수주 등으로 입증된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높은 기술력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산업계는 이러한 기존 사업들을 통해 연구로 핵심계통 설계 및 건설기술을 입증했으며, 이 외에도 23기의 상용원전 건설경험을 통해 원전 기기제작사들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원자력연구원은 1995년 하나로 가동을 시작한 이래 연구로 주요시설 설계연구, 중성자 이용연구 등 기초·응용연구, 방사성동위원소 등 의료제품 생산 등 연구로 관련 기술력을 쌓아 왔다.

특히 하나로 및 냉중성자 실험시설을 이용하는 중성자 이용연구는 전자부품, 컴퓨터칩 등 개발에 활용되는 나노소재 원천기술 개발, 난치병 치료에 활용되는 약물전달 물질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원자력연구원은 본 실험시설을 벤처 및 중소기업들에 적극 개방하고,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해오고 있다.

컨소시엄의 다른 한 축인 현대건설은 1972년 우리나라 첫 번째 원전 ‘고리 1호기’ 건설 참여를 필두로 지난 40여 년간 원자력산업 전 분야를 최초로 수행하며 원전 수출국 진입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국내 최초의 가압경수로(고리 1호기) 및 가압중수로(월성 1호기) 건설 이후 국내에서 운영 중인 23기 중 14기의 원전을 완공했고, 국내·외 9기의 건설 원전 중 8기를 시공 중이며, 하나로 연구로 구축사업에도 참여한바 있어 기존에 쌓아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원자력 사업의 해외진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원자력 기술을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국내 원전 발전기 및 주전력계통 개선, 증기발생기교체 사업,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유리화설비 설계 등을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다.

이번 수출은 무엇보다 국가 원자력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로 원자력기술 해외 진출사업도 추진력을 얻어 2009년 UAE 원전수출에 이은 대형 상용원전의 추가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14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246기의 연구로 중 60%는 40년 이상 경과됐고, 향후 20년 내 신규 및 노후화된 연구로 대체수요는 30~50기로 추정되는 등 향후 연구로 시장은 유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신규 건설 수요 외에도 노후설비 개선을 위한 기기·설비 교체, 핵연료 공급 등 연구로 분야의 다양한 파생수요가 발생하지만, 현재까지 선진국들은 상용원전 개발·수출에 집중하여 상대적으로 연구로 수출에 대한 관심이 미흡한 편"이라면서 "향후 미래 틈새시장으로서 세계 연구로 시장을 적극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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