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 민영화의 문제점 및 재공영화 방안 모색
[기획]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 민영화의 문제점 및 재공영화 방안 모색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6.08.1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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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산업 기능조정, 국민들에게 실익 전혀 없다"
신자유주의 탈피 시급… 민영화 아닌 '재공영화' 사례 늘어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헌법이 요청하는 가치에 반하는 것"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즉 사유화 추진은 헌법이 요청하는 가치에 반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현재 추진되는 에너지 산업 기능조정 내용은 대기업과 재벌에게는 이익을 주지만, 국민들에게는 실익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11일 우원식·박광온·이언주·이훈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사회공공연구원·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주관한 가운데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 유럽 등지에서 민영화가 아니라 재공영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1부 - 전기·가스 기능조정·민영화 역사와 쟁점

에너지 기능조정, 민영화 쟁점과 현황(송유나 |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 = 현재 추진되는 에너지 산업 기능조정 내용은 대기업과 재벌에게는 이익을 주지만, 국민들에게는 실익이 전혀 없다. 전력산업 완전 민영화를 추진하던 1990년대 후반 계획됐던 전력 판매시장 개방, 전압별 요금제로의 재편, 피크요금제 및 지역 간 차등요금제를 애초대로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에너지 기능조정의 내용이면서 결과다.

정부는 50% 이상의 공적 지분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혼합소유제'이지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자발전의 급격한 성장, 발전 공기업 주식상장, 유지·보수 분야의 완전 개방, 설계 분야의 개방 확대 등이 종합적으로 진행되는 것, 이것이 정부의 민영화 시나리오다. 에너지 민영화는 대기업·재벌의 이해관계, 정부의 비호와 맞물려 하나의 그림으로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다.

발전공기업 상장이익, 누구에게 돌아가나?(신현규 |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이미 수차례 정부가 시도한 전력산업구조개편과 민영화의 목적은 소비자(국민)의 권익 향상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발전공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더 많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내부고발제도가 활성화되고, 감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자율적 감시·감독 강화는 주식상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기업에는 제대로 된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셋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전력산업을 재통합하고, 공기업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천연가스 민간개방 확대 정책의 문제점 및 대안(황재도 | 한국가스공사지부 지부장) = 현재 국내 천연가스 산업은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가 국외로부터 천연가스를 대부분 도입, 대량 수요자(39개 발전소 등) 및 민간 도시가스사(31개사)에 공급하고 있다. 발전용, 산업용 대량수요자는 당초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았으나 2005년부터 자가소비용에 한해 직접 수입을 하고 있다. 또한 민간도시가스회사는 지역별로 영업권이 분할돼 있고, 한국가스공사에서 공급받은 천연가스를 가정 및 산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천연가스 민간개방 확대 정책은 ▶민간 직수입자의 알짜 빼먹기 현상 재현 ▶가스요금 인상 ▶전기요금 인하 기회 상실 ▶국내가스 수급불안 유발 ▶민간직수입자의 이익 독점 ▶천연가스산업의 안전성 훼손 등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현행 직수입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국가의 에너지믹스 정책 변화, 생산기지 건설·운영의 공공부문 일원화를 통한 안전성 강화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하며, 민영화를 부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부터의 탈피가 시급하다.

 
에너지 기능조정과 원자력 안전(박재석 | 한국전력기술 노동조합 위원장) =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려면 사회에서 안전이라는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민간영역에서 안전이란 이윤에 방해되면 이차적인 요소로 전락할 뿐이다. 에너지 기능조정과 원전안전은 결코 모순되는 정책이 아니어야 한다.

정부는 여전히 경제성과 에너지 안보라는 명분으로 원전확대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원전을 확대할 것인지 보다 중요한 것은 원전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투자재원 마련과 재벌자본의 수익성을 안전보다 중시하는 지금 같은 에너지 기능조정은 실패를 전제로 하기에, 그리고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원전종사자로서 대단히 불안하다.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과 가스안전(현지형 | 한국가스기술공사 지부장) =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신규투자계획이 없고 부채비율이 낮으며, 현금유동성도 양호하므로 자본조달을 목적으로 유상증자 등의 상장 필요성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장은 민영화의 전단계로 보인다.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상장될 경워 공공성 약화로 인한 가스사고의 위험성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스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대형사고(폭발, 가스공급중단)로 많은 인명피해와 엄청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함을 고려할 때, 이번 정부의 한국가스기술공사 주식 상장 추진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

2부 - 실패한 민영화, 평가와 대안

영국 전력산업 민영화의 경험과 재공영화의 전망(서영표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 정부가 전력산업 민영화(privatization)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모양이다. 하지만 민영화라는 말은 애써 피하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말을 사용하더니 이제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이라는 말을 앞세우고 있다. 표현을 이리저리 바꾼다고 해도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이 공유하고 있는 ‘믿음’은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맹목적인 믿음에 가깝다.

1979년 들어선 대처 정부는 민영화를 시장의 원리를 회복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으로 간주했다. 대처정부는 민영화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민영화는 전력부문에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했다. 에너지 부문의 특성 때문에 과점과 담합이 필연적이었기 때문이다.

가격기제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될 것이라는 민영화 논리는 처음부터 설득력이 없었다. 서비스의 질은 저하됐고 만족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전력가격은 상승했다. 지금 현재 영국의 전력사업은 다국적 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외주와 매각 등의 방식으로 민영화됐던 공적 서비스가 재공영화 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 에너지 민영화의 문제점(유승민 | 한신대학교 강사) = 유럽의 에너지 시장 자유화는 통신, 전기, 물 등과 같은 망 산업(network)의 자유화와 더불어 진행됐다. 전력과 가스 부문의 자유화 조치는 과연 가격 하락과 소비자 후생 증대라는 기대 효과를 거두었을까?

기대와는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가정용 및 산업용 전력 및 가스 요금이 상승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자유화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정 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 속한 지자체들은 민영화가 아니라 재공영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력 자유화 현황과 시사점(이헌석 |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 일본은 2013년 2월 경제산업성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전력시스템 개혁전문위원회가 수용가에 대한 선택 폭 확대와 다양한 전력 공급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2016년 4월부터 전력소매 전면 자유화를 결정한다.

2020년까지 일본 전력산업은 송배전부문을 법적으로 분리해서 별도 사업자를 구성하며, 전력시장을 리얼타임 시장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현재는 요금 규제 과도기간을 설정되어 요금 체계에 국가가 개입하지만, 이 역시 2020년 이후엔 완전 철폐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16년 4월1일자로 시작된 소매전력 판매 전면 자유화가 시작된지 이제 약 4개월 정도 지났다. 아직 시행 초기라 충분하고 의미있는 조사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연관짓자면 일본 전력자유화 과정에서 있었던 논쟁처럼 전력자유화가 실제 요금 인하로 연결되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도매시장 자유화에 대한 광범위한 평가 작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전력 소매 자유화가 얼마나 소비자에게 실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

민영화[사유화]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안(오동석 | 민주법연 회장, 아주대학교 교수) =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즉 사유화 추진은 헌법이 요청하는 가치에 반한다. 헌법은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명령하고 있다. 국가는 이러한 목표를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부문의 사유화는 헌법적 명령에 위반, 국가의 책무를 방기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에너지 부문은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으로서의 의·식·주에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유화가 아니라 오히려 (재)공영화 및 공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사회기반시설 및 공공서비스의 공영화를 확보하고 이행하며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본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각 개별법의 제·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 내용 중에는 민영화(사유화, 사영화) 금지 부문 규정, 공영화 계획 수립 및 추진 단위, 공영화 기업의 투명성과 민주성 그리고 그것을 전제로 한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민·관·학계의 조사 및 연구 진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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