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력산업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기획] 전력산업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7.01.02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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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구조개편, 냉철한 평가 필요하다
'기형적 형태·미시적 대책… 해결방안 필요 시점'
바람직한 전력산업, 방향성 도출·사회적 합의 필수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2001년 4월1일, 한국전력으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와 5개 화력발전사가 분할됐다. 이른바 전력산업구조개편 첫단계가 실행된 것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 관련 논의는 1993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 발표된 민자발전사업 추진부터 출발하지만, 실제 구조개편이 실행될 수 있었던 것은 IMF 외환위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한전을 비롯한 주요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전력산업구조개편은 2004년 '배전분할 중단'이라는 결정과 함께 중단됐다.

그로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여러 측면에서 '기형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지는 2017년 새해를 맞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전력산업의 모습을 진단해본다. 관련 내용은 올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배포한 정책자료집 '전력산업의 구조적 문제점과 대안정책 분석'을 참조했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중단 결정

전력산업구조개편의 핵심은 한전이 독점하고 있던 전력산업을 부문별로 분할·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민간의 시장진입을 허용해 경쟁을 도입하는, 사실상의 전력산업 민영화였다. 한전은 송배전회사로서 도매전력의 단일구매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는 한전독점-발전경쟁-도매경쟁-소매경쟁의 단계를 거칠 예정이었고, 한수원과 화력5사의 분할을 바로 발전경쟁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전력시장 및 계통운영을 목적으로 한 전력거래소가 2001년 4월2일 설립됐다. 이처럼 발전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됨에 따라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은 전려걱래소의 전력거래시장을 통해 한전과 전력거래를 하게 됐다.

이같은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안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전력, 가스, 철도 등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시민사회와 국민들로부터 힘을 얻게 된 것이다. 2004년 노사정위원회는 배전분할 추진을 중단하되, 한전에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며 지금까지 과도기적 형태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 이후에도 선진화, 정상화, 기능조정 등 여러 표현을 빌리며 구조개편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공표된 발전사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공기업 상장 방침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 전력시장의 주요 문제점들

현재 우리나라의 도매전력거래는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변동비반영시장(CBP)에서 이루어진다. 전력거래시장의 대금지급은 용량요금(CP)과 계통한계가격(SMP)을 합산해 정해진다. CP는 실제 발전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그 시간대에 발전이 가능한 상태에 있는 모든 발전기에 지금되는 요금으로, 사실상 고정비용의 보상을 위해 지급되는 금액이다. SMP는 실제 발전에 참여해 전력을 생산한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요금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발전사업자들은 전력거래소의 수요예측에 따라 다음날의 발전가능용량을 입찰하고, 전력거래소는 경제급전의 원칙에 따라 급전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간대에 가장 높은 발전비용이 소요된 발전기의 발전단가가 SMP로 책정되고, 각 발전사들은 시간대별로 발전량을 계통한계가격으로 정산받는다. 또한 소매부문은 여전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변동비반영시장제도는 에너지가격에 대한 효율적인 상한선을 두는 한편 이로 인한 투자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격을 지불하는 이중적인 구조로 설계됐다. 단위시간당 전력생산요금은 수요와 공급의 교차점에서 정산하고, 단위시간당 용량의 기회비용을 CP로 산정해 정산하게 되면, 효율적 에너지 배분과 설비투자를 이끌 수 있다는 전력경제학의 기본적 이론에 입각한 것이다.

▲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력 본사 전경
그러나 이같은 효율적 균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려걱래시장이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각 발전사업자가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또한 발전기 운영의 고정비용, 변동비용에 대한 산정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토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의 전력시장은 강제적인 풀시장이며, 고정비와 변동비 반영도 불투명한 상태다.

따라서 이같은 현실은 SMP 상승으로 인한 기저발전의 과도한 수익 창출, CP 산정의 불확실성이라는 부작용을 발생하고 있다. 특히 SMP의 경우 발전원가가 낮은 기저발전이 과도한 발전차익을 얻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발전구매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산조정계수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발전자회사의 설비운영상의 효율개선유인 저하, SMP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따른 특정 발전사의 이윤 발생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CP 역시 책정 과정에서부터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연동제와 차액계약… 대안은?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는 한전의 총괄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연동분을 전기요금에 자동으로 반영, 시장에 가격신호를 제공하는 제도다.

정부는 2008년 정부는 초유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한전에 대한 재무위험회피와 소비자의 합리적 전력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검토, 국가에너지계획에 이를 반영했으며, 2010년 모의시행을 실시한 후 2011년 7월1일부터 전명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시행은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승인차액계약은 차액정산계약(CfD)의 일종으로, 정부의 강제하에 판매회사(한국전력)와 발전회사 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발전사와 판매사 간의 합의에 의해 조건에 따라 정해진 기준가격과 SMP의 차액을 거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도입한 차액계약제도는 양방향 차액정산제도로, 발전사와 판매사 모두 시장의 가격변동위험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다. 즉,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를 가격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회피하는 대신에, 계약발전량을 기준으로 한 발전사업자의 생산성을 통해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과, 전력시장의 안정성 강화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시된 이들 제도에도 문제점은 지적돼왔다. 우선, 연동제의 경우 현행 투자보수율 규제하에서 용량요금과 연료비요금을 합리적으로 구분해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었다. 또한 원전과 화력이 유발하는 사회적갈등 비용과 환경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 등 현재의 구조에서 몇가지 대책만으로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차액계약제도 역시 단순하게 정산조정계수의 대체제도로만 활용하는 것은 차액거래계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고, 이 제도는 현재 계획대로의 시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그리고 이들 사례에서의 공통점은 정부가 전력산업의 구조적인 문제해결 보다는 미봉책에만 치중해왔다는 지적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논의는 2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지만, 사실 구조개편 중단 이후 현재의 기형적인 전력산업에 대한 냉철하고도 객관적인, 그리고 책임있는 실태조사와 평가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진행됐다 하더라도 민영화에 대한 찬반 한쪽의 의도가 담겨진, 이른바 진영논리의 보고서들이었다.

따라서 이제는 멈춰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그 해답으로부터 다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방향성이 정해지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낸다면, 그 다음으로 해야 하는 일은 발전원가의 재산정이며 그래야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도출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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