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파워트레인이 전기차 대중화 앞당긴다”
[초점] “파워트레인이 전기차 대중화 앞당긴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7.02.1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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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충전으로 500km 주행 전기차는 전지성능 개선만으로 어려워
내연차와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하는데 ‘파워트레인’ 결정적 역할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전기차 대중화의 관건은 내연기관차에 상응하는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는 전지 성능 향상으로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주력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전지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전기차 대중화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가운데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파워트레인, 전기차 대중화 앞당긴다’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파워트레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내놨다. 과연 파워트레인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지 보고서 내용을 정리해봤다. <변국영 기자> 

전지 성능 향상 속도 둔화

출시 예정인 르노의 Zoe, GM의 Bolt, 테슬라의 모델3 등은 한번 충전에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소형 전기차다. 동급인 닛산 리프 2011년 모델의 공인주행거리 117km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기간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지 성능의 향상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래서 자동차 기업은 전기차 내부 공간이 허용하고 차체 설계 하중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전지를 많이 탑재했다.

내연기관차의 주행거리는 500km에서 600km 수준이다. 출시 예정인 전기차보다 주행거리를 2배 가까이 더 늘려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제까지의 전기차의 성능 향상과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노력은 주로 전지 팩 용량을 최대한으로 키우고 가벼운 소재를 적용하는데 집중됐다.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 파워트레인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다.

하지만 전지의 성능 향상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워트레인의 구동 효율 개선 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은 전지, 모터, 그리고 전기 특성을 제어하는 파워 일렉트로닉스다.

우선 전지셀이 들어있는 전지팩 설계를 개선해 파워트레인의 구동 효율을 높이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닛산은 전지팩의 내부 구조를 개선해 공간과 무게 효율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테슬라는 전지팩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무게까지 줄였다.

고효율 모터 개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GM은 고속회전에 적합한 모터 부하 설계 기반으로 구리 밀도를 최대한으로 높인 코일을 적용해 출력 밀도를 최적화 했다. 테슬라는 출력 밀도 개선을 위해 모터 내부의 열적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했다.

리튬이온전지의 성능 및 에너지 밀도 향상에 한계가 보이고 차세대 전지가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파워트레인 기술 발전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수준의 수송수단으로서 안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파워트레인 기술 진화는 전기차 기업간의 경쟁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내연기관차의 정확한 주행거리를 알지 못하는 운전자가 많은 것처럼 앞으로 전기차 기업 간 주행거리 경쟁은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한번 충전으로 5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는 전지셀의 발전만으로는 어렵다. 전지셀의 성능 향상 속도 둔화로 넉넉한 주행거리, 친환경성, 그리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성을 갖춘 전기차의 등장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전지의 발전에 이어진 파워트레인의 진화는 그런 우려를 불식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전용 파워트레인의 진화는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주행거리 연장 돌파구 ‘파워트레인’

내연기관차가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500km에서 600km 수준이다. 전기차가 근거리용 세컨카가 아닌 출퇴근은 물론 장거리 여행도 가능한 일상생활용 퍼스트카의 위상을 가지려면 내연기관차에 상응하는 주행거리가 요구된다. 양산성이 부족한 수소차가 자동차 기업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500km에 육박하는 주행거리 때문이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력 영역에 진입하려면 즉 전체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4∼5%가 아니라 40∼50%가 되려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주행거리를 연장해야 한다.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연장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연료탱크를 크게 만드는 방법, 경량 소재를 채용해서 차체를 가볍게 하는 방법, 그리고 엔진 효율을 높여서 리터당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법이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연료탱크에 해당하는 전지팩 저장 용량을 늘리거나, 비철 비중을 늘려서 차체 무게를 줄이거나, 파워트레인 구동 효율을 높이면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전지팩을 최대한으로 탑재하고, 보다 가벼운 소재를 적용해서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은 이미 시도됐다. 2018년 양산 예정인 프리미엄 중대형 전기차 재규어 I-페이스의 전지팩 용량은 90kWh다. 더는 올리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형 전기차의 경우 탑재 가능한 전지팩의 용량은 더욱 줄어든다. BMW의 i3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차체 무게를 낮췄고, 테슬라 모델S는 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을 채용했다.

한번 충전으로 600km까지 달리고 보조금 없이도 3만 달러 수준의 가격을 목표로 하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신모델 I.D.는 ‘매일, 누구나 탈 수 있는’ 일상생활용 퍼스트카로 2021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자동차 신모델의 개발 기간이 3∼4년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성능을 몇 배 능가하는 차세대 전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은 없다. 설사 리튬이온전지보다 몇 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새로운 전지가 개발된다 해도 안전성을 검증하고, 대규모로 양산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차체 소재보다 특별히 우수한 소재를 사용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 파워트레인 구동 효율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파워트레인이 구동효율 개선

자동차 기업은 전기차에 최적화된 성능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기 보다 기존에 개발된 부품을 기반으로 응용하는데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구동 모터 개발을 자동차 기업이 주도하긴 했지만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성능 개선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그 자원으로 전지에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모터전문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려 해도 자동차 시장의 1%에도 못미치는 시장 규모는 투자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일정 규모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수동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모터와 제어시스템은 이미 성숙한 기술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 전지를 제외한 모터, 인버터 등의 파워트레인 부품은 더 이상의 기술적 진화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미 90%가 넘는 모터 효율을 더 올리기도 쉽지 않고, 직류에서 교류로, 또는 교류에서 직류로 전환하는 효율도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였다. 100여 년 전에 개발된 기술이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됐기에 앞으로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자동차 기업이 가진 생각이었다.

자동차 연비를 계산할 때 리터당 주행거리(km)를 따진다. 전기차는 전력량(kWh)당 주행거리(km)로 표기하거나 리터당 주행거리로 환산해 표기한다. 닛산 리프 2011년 모델의 에너지 소비효율은 kWh당 4.6km이고, 내연기관차 환산 연비는 리터당 42km이다. 대부분 전기차의 kWh당 주행 거리는 5km 안팎이다.

미국 EPA12의 발표에 따르면 포드 Focus 전기차는 kWh당 5.3km,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차체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BMW의 i3는 kWh당 5.9km 주행할 수 있다. 22kWh의 전지팩을 탑재한 i3는 약 13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자동차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연비를 높여줄 새로운 시스템이나 부품 개발에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 미국 ACEEE13의 조사에 따르면 개발비용 대비 가장 우수한 연비개선 효과는 차량 무게를 낮추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구동 효율 개선이다.

전기차 업계 판도변화 가져온다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기술 진화는 이미 시작됐다. 전지 기술만큼 빠르게 발전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모터 기술 간 경쟁과 파워트레인 시스템 효율을 내세운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1년 출시됐던 GM의 PHEV 모델인 Volt는 kWh당 3.5km 정도만 주행했다. GM Bolt는 kWh당 6km 정도 주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Volt보다 차체의 무게가 5% 정도 가볍다고 하지만 파워트레인 설계 개선의 효과 덕분에 파워트레인 효율이 많이 높아졌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도 파워트레인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보쉬는 kWh당 전기차의 주행 성능을 2020년까지 8km까지 개선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기역학 개선, 차체 무게 감소, 마찰 손실 저감을 적용하는 동시에 구동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60kWh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쉬의 파워트레인 기술이 적용되면 이론적으로 500km 가까이 주행이 가능하다.

파워트레인 기술의 발전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수준으로 주행이 가능한 수송수단으로 안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지, 모터, 인버터 등 단품 공급기업 중심에서 파워트레인 시스템 관점의 설계 및 솔루션 제공 기업이 늘어나면서 전기차 가격의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 전지팩 가격의 하락과 함께 파워트레인 시스템의 원가도 낮아지면서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전지 성능 개선에 이은 파워트레인의 진화로 전기차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한번 충전하면 주행 가능한 거리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장의 환경도 바뀌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전기가 전기차에 공급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기차 생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단위 부품 가격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가격이나 성능, 운전자의 즐거움, 그리고 친환경성 모두를 만족하게 할 전기차 시대가 눈앞에 와있다. 친환경성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전기차의 가치는 내연기관차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 에너지 효율은 20% 미만에 불과하다.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효율은 모터 효율에 전력변환 장치 효율, 전지 효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80% 가까이 나온다.

전지의 발전에 이어진 파워트레인의 진화는 전기차에 대한 우려를 불식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포드가 ‘검은색 자동차 모델T의 대량 생산’으로 자동차 산업의 신기원을 세운 것처럼 전기차 전용 파워트레인의 진화로 전기차 대중화가 이뤄질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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