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분권’을 통해 실현된다
[데스크칼럼]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분권’을 통해 실현된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7.11.0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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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국영 에너지국장]

에너지전환 시대의 핵심 중 하나는 에너지 분권이다. 에너지전환이 신재생에너지로의 변화를 담고 있다면 신재생에너지가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곳은 지방이다. 그리고 성공의 관건은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중앙정부와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분산형 에너지정책으로의 전환은 에너지 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주체가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기업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중앙집권적 에너지시스템의 이면에는 에너지설비 집중과 지역간 불평등, 에너지시설을 둘러싼 갈등 등 부작용을 키워왔다. 지금까지 에너지 공급에 관한 모든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었고 지방정부는 지역에너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자체가 에너지 분권에 앞장서 지역 특성에 맞는 재생에너지 개발과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에너지 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자체에 정책 결정권을 대폭 넘기겠다는 커다란 그림을 제시하면서 내년에 ‘연방제 수준의 지역분권’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개헌 논의 및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최대 이슈가 될 것이고 과거와는 다른 지방분권의 실질적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에너지 분권의 첫걸음이 시작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앙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지자체, 시민단체, 업계와 학계를 아우르는 ‘분권형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서울과 제주에너지공사, 경기도에너지센터와 같이 지자체별로 지역 맞춤형 사업을 개발하고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한편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정책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역지자체가 국가 계획과 연계해 지역 단위의 재생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렇다면 에너지 분권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까지 오랜시간 동안 중앙집권적 정책에 익숙해진 지자체가 스스로 에너지 정책 역량을 갖추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기본적으로 예를 들자면 지자체에 에너지통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기본적인 통계도 없이 정책 수립은 꿈을 꾸지도 못한다. 여기에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에너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 분권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자체에 책임을 부여하고 동시에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 지자체장의 권한이 확대돼야 하고 행정조직과 인력, 예산도 지원돼야 한다. 서울에너지공사나 경기에너지센터 등 지자체 에너지 전담조직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가 에너지 생산시설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시스템도 먼저 바뀌어야 한다. 불합리한 에너지세제와 에너지원별 가격구조, 전기요금 체계, 중앙집중식 에너지계획 수립 방식을 개편해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분권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고 그 전환은 에너지 분권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대전제는 변할 수 없다. ‘자원빈국’이라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가 그동안 안정적 에너지공급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넘어 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 중심으로 한 우리만의 에너지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중심에는 ‘에너지 분권’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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