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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E·D 칼럼
[E·D칼럼] 군사분계선에 평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다면?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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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2  09: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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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을 불바다로 만들기 위해 배치됐던 북측의 핵무기가 한반도의 밤을 밝히는 소중한 원자력으로 쓰이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면-우리는 준비돼있는가? 언젠가 한반도에서 생산하는 원자력 전기의 절반이 북측의 해체된 핵무기에서 추출한 핵연료에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2030년 남한 전력의 20%를 생산하는 수력과 태양, 풍력, 지열 등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클 수도 있다. 믿기 어려운 것은 원전연료의 50%가 북한에서 옮겨온 핵무기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핵무기 재활용 원리는 간단하다. 90% 이상 고농축우라늄을 5% 이하로 희석시켜 원전연료로 쓰는 것이다.

사실 ‘메가톤에서 메가와트’ 불렸던 이 사업은 미소(美蘇) 탈냉전의 부산물이었다. 일반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업은, 수천 개의 핵탄두를 줄이기로 한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의 일부였다. 구 소련 핵탄두가 미국 가정과 공장의 불을 밝혔던 것이다. 사업은 2013년 끝났지만 관련업계는 후속체결에서 다수의 핵무기 감축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무기 급 고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쓸 수 있는 저농축우라늄으로 전환하는 비용은 우라늄 광물을 곧바로 연료화하는 것보다 싸다. 폐핵무기는 원전업계의 새로운 손쉬운 연료공급원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쳤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 원전업계의 구세주였던 셈이다.

‘메가톤에서 메가와트’ 사업으로 인한 고농축우라늄 비축분의 소진은 세계 우라늄 시장에도 공급 부족을 예고했다. 당시 전세계 우라늄 연간 소비량 6만7000톤과 생산량 4만톤의 차이는 그간 구 소련 핵무기 해체과정에서 나온 고농축우라늄 500톤을 원전용 저농축우라늄으로 전환한 비축분이 15% 정도 메우고, 나머지는 폐연료봉 재처리 등으로 채웠다.

러시아로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우라늄의 제한량은 2011년에 16톤, 2013년에 41톤이었다. 이 제한량은 ‘메가톤에서 메가와트’ 사업이 종료된 2014년에는 485톤으로 크게 늘어 2020년에는 514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 협정이 미국의 승인을 받게 될 경우, 양국 간에 거래되는 저농축우라늄의 최대치를 나타낸 것이다. 모든 제한은 2021년부터 폐지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그것도 군사분계선 남측에서 열리는 것은 사상 최초이다.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을 통해 우리는 무엇보다 완전하고 투명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측의 핵무기 전면폐기를 전제조건으로 걸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恒久)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관계 발전, 남북미 경제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원자력으로 일석사조(一石四鳥)의 묘수를 두는 것이다.

우선 군사분계선 남측에 평화로(平和路)를 만들고, 세계 최고로 안전하고 유수(有數)한 평화로(平和爐)를 세우자. 내년에 시공에 들어가 국책사업으로 밀면 문 대통령 임기 내 완공이 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하에 북측의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전량 확보해 미국에서 희석시킨 다음 비무장 숲, 임진강가에서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창했던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70년 만에 세계 최초로 실현하자. 평화의 올림픽에서 평화의 원자력까지?누가 평화의 핵기술이란 애당초 없었다 했는가.

어느 시구를 되새긴다-“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우리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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